〈1945년 12월 25일자 북한 정치 상황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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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사업]한국학분야 토대연구지원사업
러시아문서보관소 소장 해방후 한국사회 관련 자료의 수집 번역 및 주해 (1945~1950)
서지사항
· 표제어〈1945년 12월 25일자 북한 정치 상황 보고〉
· 키워드몰로토프, 인민위원회, 공산당, 민주당, 사회민주당
· 대표주제어해방 이후 조선
· 설명문1945년 12월 25일자 북한 정세에 관한 보고.
· 발신자쉬킨
· 수신자로좁스키
· 자료문의동국대학교팀(연구책임자:박명호 교수)

문서 해제


대표표제어:  
산출물명: АВПР,ф.013,оп.7,п.4,д.46,лл.3-13.
자료구분: 타이핑
저작권자: 러시아연방대외정책문서보관소
원자료언어: Корея после освобождения
면수: 11
발신일: 1945.12.25.
수신일:  

번역문

〈1945년 12월 25일자 북한 정치 상황 보고〉

내무부인민위원 로좁스키 S.A. 동무 수신.

귀하의 요청에 따라, 몰로토프 V.M. 동무에게 발송한 보고서 “북조선 정치 상황에 관하여”의 사본을 보냅니다.

붉은군대 정치총국장, 상장 (쉬킨)

1945년 12월 25일.
제200227호.
북조선 정치 상황에 관한 조회 보고

조선 북부는 나라 전체 영토의 59%를 차지한다. 이곳에 거주하는 인구는 1천만 명이 넘는다(조선 전체 주민은 2,400만). 인구의 80% 가까이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북조선 지역에는 대규모 금속공업, 화학공업, 광산업 기업소들과 수백 개의 다양한 중소기업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대규모 기업소들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조선의 공업 총 생산고의 70%를 차지하였다. 공업 및 운수의 전체 노동자 수는 70만 명에 이른다.
북조선의 모든 정치 및 경제적 삶에 대한 지도는 소비에트 군사령부가 지방자치기관들을 통해 하는데, 자치기관은 리의 경우 촌장, 군‧면은 인민위원회, 시는 시의회이다. 인민위원회 구성은 민주주의 그룹들의 협의를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총 6개 도의 인민위원회는 선출이 아니라 소비에트 군사령부의 승인을 받아 만들어졌다. 이 지방정권기관 전부를 합치면 성원이 1만 명을 넘는다. 민사사건 지도를 위해 제25군 사령관은 민정 담당 부사령관을 두고 있으며, 부사령관은 6개 도와 관련해 그리고 각 시와 군 중심지에 위치한 군사령부들에 대해 전권을 위임받은 50명의 장교로 이루어진 작은 기구를 갖추고 있다.
제25군 사령관 산하에도 역시 10개 국이 설치되었고[누락], [각 국] 산하에도 각 도인민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소비에트 군사령부 대표들이 있다.
이 국들과 각급 인민위원회는 군사령부 임무와 관련해 공업‧교통‧상업‧재정‧농업의 복구 및 주민에 대한 배급 업무를 맡고 있다.
각급 인민위원회는 무장경찰이 배치된 질서유지 기관들을 갖추고 있다. 인민위원회가 시행한 조치들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들은 언급할 필요가 있다. 즉 토지 소작료 비율을 60~70%에서 30%까지 인하한 것, 쌀 수매가를 인상한 것(2배), 일본인들이 도입한 몇 가지 세금을 폐지한 것, 그리고 일련의 생필품에 대해 고정가격을 확립한 것이다.
북조선에 성립된 정체(政體)와 달리 미군이 점령한 남조선의 통치 체제는 기본적으로 과거 상태, 말하자면 일본 치하일 때와 같으며, 다만 행정­경제기관의 우두머리가 일본인이 아닌 미국인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현재 북조선의 주요 정당으로는 공산당, 민주당, 사회민주당이 있다.
공산당은, 금년 12월 1일 자료에 따르면 북조선 지역의 당원수가 4,500명에 달한다.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서울에 있다. 북조선 지역에서의 당 활동은 북조선 담당 중앙위원회 조직국에서 지도한다.
당은 자신들의 과제로 소연방에 우호적인 통일된 독립 민주공화국 건설, 일본인과 그 협력자들이 소유하던 기업소와 영지 몰수, 농민들(우선적으로 빈농)에 대한 토지 분배, 노동계급 및 모든 근로자들의 생활수준 향상을 제기한다. 당은 자신들의 대오와 대중에 대한 영향력 확대, 대중적 민주단체 결성과 반일 민주주의 정당 및 단체 총연합 결성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나이 든 당 활동가 박헌영이고, 북조선 담당 중앙위원회 조직국 비서는 김용범이다. 인민 안에서 개인적으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뛰어난 당 활동가는 조선과 만주에서 빨치산 운동을 지도했던 김일성이다.
활동 첫 단계에서 공산당은 급진좌파적(소비에트 제도의 모방)인 심각한 정치적 오류를 범했다. 이후 당의 노선은 수정되었으나, 지금까지도 당은 여전히 부르주아민주주의 진영 출신 사회 활동가들의 협력을 폭넓게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금년 11월 초에 평양시(북조선)에서 결성되었다. 당 대오에는 6천 명이 넘는 당원이 있다. 구성원을 보면 주로 중소 부르주아지, 성직자, 부르주아 인텔리의 대표들이다. 당수이자 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은 나이 든 조선의 부르주아 민족주의자 조만식으로, 과거에 민족주의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다. 부당수는 목사 이윤영이다. 당은 정치 슬로건으로 독립 민주공화국 건설, 모든 민주세력의 통일, 민족 산업 및 문화 발달, 농민에의 토지 분배를 제시했다. 당은 공산주의자들과 협력하며 이들의 일반정치 강령을 함께하고 소련과 우호적인 입장에 서 있다. 당은 각 도에 자체 조직을 갖추고 있으며, 조선에서 가장 대중적인 정당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금년 9월 신의주시에서 결성된 사회민주당은 부르주아 분자들로 이루어진 당원이 기껏해야 고작 1천 명가량을 헤아린다. 공식적인 당수는 아직 선출되지 않았다. 지주 계층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김재희(Ким Цзе Хи)라는 자가 당수를 대신하고 있다.
사회민주당은 자신이 충칭에서 수립되어 김구가 이끌고 있는 ‘임시정부’ 지지자라고 천명한다. 당은 조선에 독립 민주국가를 건설하는 데 찬성하고 나서며, 조선의 대내외 정책에 ‘다른 나라들의 영향력’이 미치는 데 반대한다. 농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가가 지주들로부터 토지를 매입해 농민들에게 분배하는 것을 찬성한다.
확인된 바와 같이, 사회민주당은 신의주에서 대학생 청년들이 공산주의 단체와 인민위원회에 반대하여 진행한 반동적 연설에 연루되어 있다.
북조선의 대중 사회단체들은 대부분 공산주의자들이 결성했으며 이들의 영향력 하에 있다. 회원 수가 가장 많은 사회단체는 공업 전 부문에 걸쳐 결성되어 있는 직업동맹이다. 이들은 자신의 대오에 20만 명 가까이 두고 있다. 농촌마을에서는 농민위원회가 생겨난다. 금년 11월 초 평양시에 회원 17명의 ‘여성동맹’이 생겼다. 여성동맹은 여성 공산주의 그룹과 민주당의 여성그룹이 결합해 결성된 것이다. 동맹은 민주공화국 건설 투쟁에 여성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자신들의 과제로 제기하고, 정치에서의 여성평등권과 일상에서의 여성 해방을 옹호한다. 여성동맹 위원장은 뛰어난 공산주의자인 박정애(박 베라)이다. 동맹의 적극적 활동가로 민주당원인 박현숙이 있다. 금년 10월 말에는 회원 5만 이상을 헤아리는 ‘조선민주청년동맹’이 설립되었다. 동맹 내 지도적인 역할은 콤소몰 단원들이 하고 있다. 조직화된 모임의 대의원들 가운데 48명이 콤소몰 단원이고, 28명은 무당적이다.
평양시에서 ‘조소문화협회’가 발족했다. 회원 수는 아직까지 360명에 불과하며 주로 인텔리들로 이루어져 있다. 북조선 지역에는 28,000명이 연합된 ‘불교도연맹’과 ‘문화예술인협회’ 등의 단체들도 존재한다.
현재 북조선에서는 27개의 신문이 나오고 있다. 그 중 10개는 각 도 인민위원회 기관지이고, 7개는 공산당 기관지이며(그 가운데 1개는 중앙위원회 조직국 기관지, 3개는 공산당 도위원회 기관지), 7개는 직업동맹에서 발행하는 것이고, 3개는 각 농민위원회에서 발행하는 것이다.
이 민주주의 정당과 단체 들에 반동세력이 맞서고 있는데, 이들은 일제 패망 이후 지하로 들어갔다가 지금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여기에는 ‘민족사회당’, ‘신조선 청년그룹’ 그리고 중등학교 학생들이 연합된 반동 단체인 ‘우리 청년들’ 잔당들이 관계하고 있다.
반동들은 남조선으로부터 활동상의 가능한 모든 도움을 받고 있다.
북조선의 정치 상황 및 주민 동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내에 형성된 경제사정이다. 북조선 공업기업소의 압도적인 수가 가동되지 않고 있다. 44곳의 대기업소 가운데 고작 12곳만이 가동중에 있고, 소기업소 중에서는 70곳만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대규모 실업을 낳았다. 공업 및 운수 노동자 70만 중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10만 명이 조금 넘는다.
북조선의 재정 체계는 와해 상태이다. 화폐 유통의 조정이 붕괴했다. 공업기업소들은 신용대부를 받지 못한다. 세금 수입은 조직화되어 있지 않다. 물가는 급등하고 있다. 투기가 발생한다. 고물가가 비약적으로 증대하고 주민들에 대한 식료품 공급이 고정가격으로 적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공업 중심지에 사는 주민들의 물질적 곤란이 심각해졌다. 이 밖에도, 생계 수단을 상실한 채 만주에서 도망치거나 이주하는 조선인들이 조선으로 오고 있다.
농민들의 처지는 전과 마찬가지로 어렵다. 지주들은 여전히 토지와 관개설비를 소유하고는 소작 농민들을 착취한다. 조선의 지주 5만 명이 갖고 있는 토지는 1백만 헥타르가 넘는데, 이는 전체 토지 면적의 약 25%이다. 대규모 지주 농장의 평균 면적은 214헥타르인 반면, 소규모 농민 농장의 경우는 겨우 1/7헥타르에 불과하다. 수백만의 농민은 지주에게서 노예적 조건으로 땅을 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조선의 경제 상황에 분명히 나타나는 사실은 식료품과 경공업 물품의 상당한 여분이 쌓여 있는 남조선과의 경제적 교류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농촌에서 지주들의 경제적 지배가 유지되는 상황은 차후 북조선의 민주개혁을 심각하게 저해하며, 대중의 정치적 주동성이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된다. 나라가 겪고 있는 경제적 역경은 주민들 사이에 불만을 낳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적 인텔리를 포함한 도시 및 농촌의 광범한 주민층들은 붉은군대의 국내 주둔에 호의적이다.
노동자, 농민, 인텔리, 그리고 주민의 중간계층 사이에서는 반일 분위기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다.
친일분자를 포함한 반동 분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이용해 붉은군대와 소연방, 현지의 민주주의 정당 및 그 지도자 들에 대해 주민들이 불만을 갖도록 유도하려 애쓴다. 반동들은 붉은군대에 반대하는 선동적인 소문을 퍼뜨리고, 삐라를 살포하며, 지방정권기관과 민주주의 단체 지도자들에 대한 테러 행위를 일삼는다.
북조선 정치 상황에서 실감나는 사실은 지방자치기관들과 국내(북쪽 지역) 정치 경제 전반을 지도할 수 있는 조선의 통일된 행정 중심부가 부재하다는 사실이다. 개별 도의 인민위원회는 이런 기능을 수행할 수가 없다. 게다가 이들 인민위원회는 자기네 도의 영역 안에서조차 아직 진정한 정권기관이 되지 못했으며, 사회적 삶에 대한 통치와 감독을 수중에 집중시키지도 못했다. 군사령부가 설치한 국들 역시 아직은 해당 경제분야에 대한 지도가 미약하다.
연해주군관구 및 제25군의 군사회의는 북조선에 질서를 확립하고 지방자치기관을 꾸리며 민주주의 정당 및 단체 결성을 지원하는 일과 관련해 상당한 사업을 이루었다. 그렇지만 이들의 사업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다. 1945년 9월 21일자 최고 통수부 본부 지령에 적시된 노선은 민주주의 정당 및 단체 범연합을 기반으로 북조선에 부르주아민주주의 정권을 수립하도록 계산된 것이었으나, 그다지 과감하게 실행되지 못했던 것이다.
제25군 민정 담당 부사령관의 직원은 인원이 적은데도 북조선 6개 도의 정치, 경제적 생활을 조직할 능력이 있는 충분한 자격기술을 가진 요원들이 충원되지 않고 있다. 이 직원으로는 새로운 부르주아민주주의 정권 및 부르주아 단체의 기관들을 지휘할 능력을 갖춘 현지 조선인 요원들을 선발해서 교육시켜 세상에 내보내는 사업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다.

결론:
1. 반일 민주주의 정당 및 단체 범연합을 기반으로 한 북조선의 부르주아민주주의 개조는 지극히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2. 현재 북조선에서 우리는 우리 군이 조선에서 철수하더라도 우리의 국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견고한 정치적, 경제적 입지를 아직 획득하지 못했다.
민주 민족 간부들은 충분히 학습되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 있는 민족민주 활동가들 가운데 북조선에서 가장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이들은 공산당 당수 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소련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아직 정하지 않은 민주당 당수 조만식이다.
관구 군사회의 의견에 따르면, 민주주의 단체들을 지휘하고 조선에서의 우리의 이익을 보장해줄 수 있는 민족민주 요원 양성에 4개월이 더 필요하다.
3. 북조선 경제의 조속한 복구와 민족간부 육성이라는 과제는 북조선 지역의 권력을 중앙집중화하여 그것을 조선인 민주 활동가 수중에 양도할 것을 요구한다.
4. 인민민주주의 운동의 발전은 대지주의 토지 소유로 인해 지체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농지개혁을 실시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5. 제25군 산하 민정기구는 북조선의 정치 경제적 삶을 조직할 만한 자격 있는 간부들을 통해 민정기구의 조직 형태를 구축하고 강화시켜야 한다.
관구 군사회의와 [25]군 군사회의는 소련에 우호적이고 조선에서의 우리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보장해줄 수 있는 새로운 민주간부 선발과 양성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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