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독차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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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사업]한국학 국영문 사전 편찬사업
한국외교사전(근대편)
서지사항
분야정치‧법제
유형제도
시대근대
집필자김영수

본문

1898년 7월 궁내부대신에 임명된 이재순은 김홍륙을 정계에서 축출하려고 음모를 계획했다. 먼저 1898년 8월 김홍륙은 통역시 러시아와 대한제국의 관계를 임의로 조작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전라도 지도군(智島郡) 흑산도(黑山島)에 유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순은 1898년 9월 신속히 ‘고종독차사건’을 조작하여 김홍륙을 제거하였다.
사건의 과정을 살펴보면 1898년 9월 11일 고종과 순종은 저녁 식사전에 커피를 마셨고, 커피의 절반을 마신 순종은 토하면서 혼절하였고, 고종은 토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남겨진 커피를 내관들이 마시고 혼절하였다.
당시 고종의 수라상에 관련된 인물은 14명이었다. 이들의 심문과정에서 김종화(金種和)라는 말단 인물이 개입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김종화의 심문과정에서 전전선사(前典膳司) 주사(主事) 공창덕(孔昌德)의 개입사실이 밝혀졌다. 공창덕에 따르면 그는 김종화에게 1천원의 사례금을 보장하면서 김종화가 고종과 순종의 커피에 ‘아편1량’을 투여하였다. 무엇보다도 공창덕의 심문과정에서 배후인물이 김홍륙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창덕에 따르면 김홍륙은 공창덕에게 협판을 보장하면서 고종의 독사를 지시하였고, 김홍륙은 자신의 처인 김소사를 통해서 공창덕에게 ‘아편1량’을 제공하였다.
당시 사건에 참가한 인물을 살펴보면 첫째, 김종화라는 16세의 소년이었다. 김종화는 이재순의 서생으로 그의 추전으로 각감청(閣監廳)에서 일하게 되었다. 보현당(寶賢堂)의 창고지기인 김종화는 홍능 제사 때에 비용을 사적으로 유용해서 면직되었다. 그런데 면직된 김종화는 사건당일 대궐에 몰래 잠입하여 고종의 독살을 실행했다. 둘째, 공창덕(孔昌德)은 고종의 아관파천 시절 러시아공사 베베르가 고용한 요리인이었다. 아관파천 이후 공창덕은 김홍륙의 추천에 의해서 전선사 주사로 임명되어 왕의 주방(御廚)에서 외국요리를 관장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의 의문을 살펴보면 첫째, 커피를 마신 사람 중 죽은 사람은 없다는 점이다. 독살의 의도가 있었다면 커피를 마신 사람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아야한다. 죽은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암살의 계획보다는 정치적 음모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둘째, 김종화라는 소년이 이 사건에 개입된 동기가 매우 부족하다. 또한 황제를 암살하려는 인물이 쉽게 체포된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면직된 인물이 대궐에 잠입할 수 있는가?
당시 궁내부대신 이재순은 자신이 김종화를 추천하여 사건에 간접적으로 관련되었지만 사건의 처리과정에 개입했다. 즉 이재순은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서 고종의 승인을 얻었고 경무청에 조사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 이후 1898년 10월 김홍륙, 공홍식, 김종화는 반역 음모를 기도했다는 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졌다.
1898년 4월 부임한 러시아공사 마튜닌(Н.Г. Мтюнин)은 독차사건이 김홍륙을 파멸시키려는 음모로 파악했다. 당시 마튜닌은 본국정부에 보낸 보고서에서 고종독차사건의 배후로 이재순을 지목하였다. 첫째 고종과 함께 저녁식사에 참석했던 이재순은 환관이 고종과 함께 커피를 마실 것을 권유했지만 마시지 않았다. 둘째, 이재순은 김홍륙암살 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김홍륙을 제거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결국 이재순은 그의 측근 세력을 동원하여 ‘고종독차사건’에 김홍륙을 배후라고 지목하여 정계에서 그를 완전히 제거했다. 당시 러시아공사 마튜닌은 모든 정치세력이 김홍륙을 비난했기 때문에 자신이 나서서 김홍륙을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