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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회(和會)

서지사항
항목명화회(和會)
용어구분전문주석
상위어분재기(分財記)
관련어화회분깃[和會分衿], 화회분집(和會分執), 화회집주(和會執籌)
분야사회
유형개념용어
자료문의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정보화실


[정의]
조선시대 고문서에 많이 등장하는 ‘통합 또는 융합’, ‘균일하게 또는 일률적으로, 골고루’, ‘합의 또는 회동’ 등의 뜻을 가진 용어.

[개설]
화회의 개념은 일반적인 한자어로서의 개념과, 분재(分財)라는 특정 상황에 사용될 때의 그것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일반적인 한자어로서의 어의(語義)만을 언급하자면 ‘통합’ 또는 ‘융합’의 뜻으로 쓰이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하지만 이것이 재산상속의 경우에는, 재주(財主)의 생전(生前) 상속이 아니라 사후(死後) 상속 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때 작성되는 상속 문서를 특히 ‘화회 문기’ 또는 ‘화회 문서’라고 칭한다.

왜 사후 상속 방식을 화회라 칭하는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론(異論)이 있으며, 이 이론들은 화회의 어의에 대한 풀이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나 어의와 화회의 역사적 의미에 대한 규명은 서로 맞물려 있는 측면이 있으므로 거꾸로 화회 방식의 상속 관행을 통하여 화회라는 용어의 의미를 밝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용 및 특징]
어의를 중심으로 풀이해 보면, 화회는 사전적 의미로 ‘회합, 절충’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통합 또는 융합의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흔히 원대 철학을 일컬어 ‘주륙화회적(朱陸和會的) 경향’이 있다고 한다. ‘주륙화회적 경향’이란 도문학적(道問學的) 경향이 강한 정주학(程朱學)을 존덕성(尊德性)을 강조하는 상산학(象山學)으로 보완하려는 학문 경향이다. 이때 화회가 ‘두 가지를 융합한다, 절충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음은 자명하다.

또 다른 예로 1429년(세종 11)에 작성된 「김무분재기(金務分財記)」를 보면 ‘노장약화회(老壯弱和會)’라는 부분이 나온다. 이는 ‘(노비를) 노노비(老奴婢)와 장노비(壯奴婢), 약노비(弱奴婢) 모두 합하여 고루 섞어서’란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서도 역시 화회가 ‘통합, 융합’의 뜻으로 쓰이고, 나아가 ‘융합하여 고루 섞다’는 의미로 풀이됨을 알 수 있다.

화회의 어의에 대한 두 번째 풀이는 화회를 ‘양순상응(兩順相應)’으로 이해하는 견해이다. 이는 화회에 대한 전자(前者)와 다른 뜻풀이라기보다는 화회의 의미를 보다 특정(特定)하여 풀이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통합, 융합’으로 해석되어 오던 화회의 용례 중 일부는 ‘양순상응’으로 풀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는 견해이다.

양순상응은 『경국대전주해(經國大典註解)』의 용례에서 나온 것이므로, 보다 조선시대 법조문 해석에 정확성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주장에서는 양순상응의 의미를 적용하여 이때의 화회를 ‘균일하게, 일률적으로, 골고루’의 뜻으로 풀이한 바 있다. 특히 앞에 예로 든 「김무분재기」의 화회를 양순상응의 의미로, 즉 ‘균일하게, 골고루’ 등의 뜻으로 풀이할 수 있음을 밝혀, 같은 사료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이 시도되기도 하였다.

화회는 분재의 한 방식으로도 이해되고 있다. 주로 부모가 미처 자식들에게 재산을 나눠주지 못하고 사망했을 때 자식들이 부모의 재산을 나눠 갖는 방식의 분재를 화회라 한다. 또 그때에 작성된 상속 문기를 화회 문기로 지칭하고 있다. 화회는 주로 뒤에 ‘집주(執籌), 분집(分執), 분깃[分衿]’ 등의 단어를 수반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화회 문기를 ‘화회분집기(和會分執記)’ 또는 ‘화회분깃기[和會分衿記]’ 등으로 기록한 분재기도 눈에 띈다.

이때 분재 방식으로서의 화회에는 ‘합의’와 ‘회동’이 전제된다는 점에서 ‘합의, 회동’을 화회의 또 다른 어의로 파악한다. 즉 화회 분재 시에는 상속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서로 분재의 내용에 대해 합의할 필요가 있다. 이 두 조건을 충족시켰는지의 여부는 분재기 서문에서 이를 인식할 만한 내용이 게재되며, 마지막 부분의 참석자들의 서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통상 상속자임에도 불구하고 참석하지 못하면 배우자나 아들이 대신 참석하며, 참석한 자가 서명하지 못하면 서명하지 못하는 이유를 밝혔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분재기 끝부분에 참석자를 기재하면서 ‘장자(長子) 故○○ 대자(代子) ○○’ 등으로 쓴 것은 사망한 장남을 대신하여 손자가 참석했음을 의미한다. 또 1494년의 「이애남매화회문기」에는 화회 분재에 참석한 막냇동생이 나이가 어려 서명하지 않았음을 밝힌 내용이 보인다. 이는 화회 분재의 필수 요소가 구성원의 참석이며, 참석한 이들은 사안에 합의한다는 뜻으로 서명을 해야 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와 같이 화회는 부모 사망 후 삼년상을 마친 자식들이 부모의 재산을 나눠 갖는 상속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분재는 이러한 사후 상속보다는 부모가 직접 행하는 생전 증여가 기본이었다. 따라서 화회 역시 부모의 유언이나 유훈(遺訓) 등 생전 의사가 우선적으로 반영되므로 분재의 내용은 생전 증여와 차이가 없었다. 단, 부모가 어떠한 분재 의사도 남기지 않은 경우에는 법전의 상속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분재를 하고자 노력했고, 분재 후에도 내용에 이의가 있을 경우 관에 제소할 수 있었다. 실제로는 양반들이 친인척 간의 일로 송정(訟庭)에 서는 것을 불미스럽게 여겼으므로 이로 인한 분쟁 사례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변천]
화회의 어의에 대해서는 ‘융합, 회합, 절충’ 등의 뜻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나, 전술한 바와 같이 이를 ‘양순상응’으로 보는 견해가 추가되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배치된다기보다는 전자가 보편적인 의미인 데에 반해, 후자의 경우 특정의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재 방식으로서의 화회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두 가지 견해가 나왔다. 이는 특히 화회가 ‘화회집주’의 형식으로 ‘집주’라는 용어와 함께 등장할 때에 문제가 된다. 집주의 뜻풀이에 따라 분재 방식으로서의 화회에 대한 해석이 서로 달라지는 것이다.

기존의 해석은 집주를 ‘산대, 혹은 산가지를 잡다’라는 의미로 보아, 철저하게 계산한다는 뜻으로 이해하였다. 따라서 재주가 사망한 후 자식을 비롯한 상속인들이 서로 합의하에 철저하게 상속재산을 계산하여 균분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보았다. 뒤에 나온 견해는 ‘집주’를 제비뽑기로 본 것이다. 따라서 화회집주란 제비뽑기를 통해 재산을 상속하는, 즉 제비뽑기의 결과가 상속인 각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이에 순응하는 방식의 분재로 이해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화회 역시 부모가 생전에 자식들에게 재산을 나눠준 문기에 ‘자녀등처(子女等處) 화회성문(和會成文)’으로 기입한 사례를 들어 사후 상속으로 풀이하는 기존의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다만 아직까지는 부모에 의한 분재 시에 문기 제목으로 ‘화회성문’을 사용한 사례가 이 외에는 거의 나오지 않으므로 화회의 분재 방식을 달리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분재 방식으로서의 화회가 이와 같이 달리 해석될 가능성을 안고 있음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분재 방식으로서의 화회에 대해서는 새로운 견해들이 덧붙여지면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사료의 분석과 비슷한 형식의 사료가 남아 있는 명·청의 제도 등에 착안하여 이해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의의]
분재 방식으로서의 화회는 단순히 분재기에 ‘화회 문기’라고 지칭된 것을 통해 자식들이 재주의 재산을 나눠 갖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화회의 어의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하게 됨으로써 보다 원론적인 의미를 밝히게 되었고, 나아가 화회집주 방식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열게 되었다는 점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 하겠다.

[참고문헌]
■ 『경국대전(經國大典)』
■ 이수건 편, 『경북지방고문서집성』, 영남대학교출판부, 1981.
■ 조선총독부중추원 편, 『李朝の財産相續法』, 1936.
■ 문숙자, 「조선시대 분재문기와 명대의 분가문서 -근세 한국과 중국의 재산분할 관행 및 문서 비교-」, 『고문서연구』29, 2006.
■ 이종서, 「조선전기 ‘화회’의 어의와 균분의 실현방식 ‘집주’」, 『한국사연구』110, 2000.
■ 정구복, 「김무의 분재기(1429)에 관한 연구」, 『고문서연구』창간, 1991.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역사용어시소러스(http://thesaurus.history.go.kr/)

■ [집필자] 문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