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사전을 편찬하고 인터넷으로 서비스하여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일반 독자들이 왕조실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학술 문화 환경 변화에 부응하고 인문정보의 대중화를 선도하여 문화 산업 분야에서 실록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개설]
유황상(劉黃裳)은 젊은 시절 방탕한 생활을 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학업에 집중해 과거에 급제해 관직에 나아갔던 인물이다. 임진왜란 당시 그가 명에서 맡았던 정식 관직은 무고청리사원외랑(武庫淸吏司員外郞)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원외랑’이나 ‘유 원외랑’ 등으로 표현되었다. 명의 정규군이 조선에 파견될 때 병부 주사(主事) 원황(袁黃)과 함께 찬획으로 파견되어 참모 역할 등을 수행했다.
[활동 사항]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처음으로 파견되었던 명군은 조승훈(祖承訓) 등이 인솔하는 요동군(遼東軍)이었다. 1592년(선조 25) 7월 당시 명군은 3천 명의 병력을 동원해 평양성을 공격했지만 일본군의 매복 작전 때문에 크게 패했다. 이후 명에서는 조선에 사신을 보내 10만 대군을 파병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해 11월까지도 명군은 조선으로 출동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명에서 전쟁의 상황을 좌시하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 기간 동안 명은 조선에 대한 대규모 출병을 준비하고 있다가, 대군을 조선으로 파견했다. 제독(提督) 이여송(李如松)이 먼저 압록강을 건넜다. 명에서는 병부 시랑(侍郞) 송응창을 경략군문(經略軍門)으로, 도독동지(都督同知) 이여송을 제독군무(提督軍務)로 삼았다. 그리고 이들은 4만 3천 명 규모의 명군을 인솔하고 조선으로 출동했다. 이때 유황상은 원황과 함께 찬획으로 파견되어 참모 역할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었다[『선조수정실록』 25년 12월 1일].
유황상은 찬획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명군을 통제했지만 동시에 조선의 내정에 간섭하는 일이 많았다. 명군에 대한 군량의 요구나 무기체제의 개발은 물론 조선의 풍속이나 의복 습관 등을 고치도록 요구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특히 조선의 관리들을 무시하고 무례하게 대하는 경우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국왕 선조에게도 무례한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조선 조정에서는 그의 무례한 행동과 일본과 강화를 추진하려는 태도에 불만이 많았지만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유황상에 대한 조선의 평가는 매우 좋지 않았다. 『선조수정실록』에는 유황상이 터무니없이 과장하는 인물이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유황상은 의주에 있으면서 이여송 등이 평양을 수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군중(軍中)으로 달려가 본국에 자신이 함께 있었다는 거짓 보고를 했다. 또한 부산에서 철수하지 않은 일본인들은 본래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라는 허위 보고를 하였는데, 송응창이 이 내용을 조정에 알렸다. 명의 호부와 병부에서는 감찰관 격인 과도관(科道官)을 파견해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선조수정실록』 26년 1월 1일].
다만 유황상은 본국에 돌아가려 할 때 선조가 사신을 보내 인사를 전하자 조선의 일본군 방어와 내정과 관련된 의견을 보냈다. 이 내용을 읽어 본 선조는 유황상의 의견이 오만하기는 하지만 조선을 위하는 성의가 지극하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조선의 비변사에서 고민하는 것이 만약 중국의 관원들이 고민하는 것과 같다면 조선의 장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선조수정실록』 26년 8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