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사전을 편찬하고 인터넷으로 서비스하여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일반 독자들이 왕조실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학술 문화 환경 변화에 부응하고 인문정보의 대중화를 선도하여 문화 산업 분야에서 실록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개설]
『동경대전(東經大全)』은 동학의 근본 교리와 핵심 사상이 담겨 있는 경전으로, 「포덕문(布德文)」·「논학문(論學文)」·「수덕문(修德文)」·「불연기연(不然其然)」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최제우가 하늘님과 대화를 나누는 천어문답(天語問答), 21자 주문 수련, 만물은 모두 하늘님을 모시고 있다는 시천주(侍天主) 사상, 그리고 서학과 대비되는 ‘동학’이라는 명칭과 그것의 별칭으로써 ‘천도(天道)’라는 개념, 그 외 동학의 신관(神觀)을 보여주는 ‘지기(至氣)’, ‘상제(上帝)’ 등의 개념이 나오고 있다. 『동경대전』은 한문으로 된 경전이며, 한글로 간행한 경전이 『용담유사』이다. 『용담유사』는 한글로 된 우리 민족 최초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편찬/발간 경위]
『동경대전』이 처음 간행된 것은 1880년에 동학의 제2대 교주 최시형에 의해서이다. 최시형은 강원도 인제군 갑둔리에 있는 김현수라는 제자의 집에서 최제우가 남긴 글들을 묶어서 『동경대전』이라는 이름으로 100여 권을 편찬하였는데, 이 해가 경진년이라 보통 ‘경진판’이라고 불린다.
당시의 정황을 『조선왕조실록』에서는, "1864년에 최제우가 처형당하자 그의 제자인 최시형이 제2대 교주가 되어 포교에 힘쓰면서 『동경대전』을 간행하였다."고 하였다[『고종실록』 31년 2월 15일].
[서지 사항]
『동경대전』은 경진판 이외에도 여러 차례 간행되었다. 대표적으로는 1883년 계미년 2월에 충청도 목천 구내리에 있는 김은경이라는 제자의 집에서 계미중춘판이 간행되었고, 같은 해 여름에는 계미중하판이, 그리고 1888년 무자년 봄에는 강원도 인제에서 김병내가 중심이 되어 무자계춘판이 간행되었다.
최시형은 계미중춘판 발문에서 "경진판에는 글이 많이 빠진 것이 안타깝다."고 밝히고 있는데, 바로 이 때문에 경진판을 낸 지 3년도 안 돼서 계미중춘판을 간행하였다. 이후에도 『동경대전』은 판을 거듭하면서 수정·보완되어 나갔는데, 제일 마지막에 간행된 무자계춘판이 가장 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는 판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동학교도들이 사적으로 필사하거나 간행하여 유포한 판본들도 있다.
[구성/내용]
『동경대전』은 「포덕문」·「논학문」·「수덕문」·「불연기연」의 4편이 중심 내용을 이루고 있다. 이 외에「축문(祝文)」·「주문(呪文)」·「입춘시(立春詩)」·「절구(絶句)」·「강시(降詩)」·「좌잠(座箴)」·「화결시(和訣詩)」·「탄도유심급(歎道儒心急)」·「결(訣)」·「우음(偶吟)」·「팔절(八節)」·「제서(題書)」·「영소(詠宵)」·「필법(筆法)」·「유고음(流高吟)」·「통문(通文)」·「통유(通諭)」·「포덕식(布德式)」·「발문(跋文)」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윤석산 교수에 의하면, 독립기념관 소장본에는 「논학문」이 「동학론」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 나와 있는 최시형 공초에도 "동학의 원문인 제1편 「포덕문」, 제2편 「동학론」, 제3편 「수덕문」, 제4편 「불연기연문」과 ‘궁궁(弓弓)’과 ‘을을(乙乙)’ 자를 새긴 부적으로 백성들을 현혹시켰으며 도당을 체결하였다."고 하여 「논학문」이 「동학론」으로 되어 있다[『고종실록』 35년 7월 18일]. 이것은 「동학론」에 처음으로 ‘서학’과 대비되어 ‘동학’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고, 아울러 동학 수행의 핵심인 "지극한 기운이 여기에 이르렀으니, 원컨대 크게 내리소서.[至氣今至 願爲大降] 하늘님을 모시면 조화가 정해지고, 영원히 잊지 아니하면 만사를 알게 된다.[侍天主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는 21자 주문에 대한 해설이 나와 있는 등 동학 교리의 정수가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경대전』의 사상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하늘’ 개념과, 하늘과 인간의 관계이다. 가령 제일 첫머리에 해당하는 「포덕문」에는 이른바 최제우의 ‘천어체험’ 또는 ‘천사문답’이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서 하늘님은 ‘노이무공(勞而無功)’, 즉 자신이 지금까지 노력은 해 왔지만 아무런 공이 없었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것은 최제우와 같은 인간의 도움을 받아야 비로소 자신의 역할이 완성됨을 암시하는 것으로, 전통적인 중국의 하늘 관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징이다.
전통적인 중국의 ‘천(天)’은, 적어도 제자백가 이래의 주류 사상에서는,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 한 공자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묵묵히 우주를 운행하는 자연의 원리에 약간의 인격성이 남아 있는 존재로 묘사된다. 인간은 이러한 자연의 원리를 체득하여 인간 세계에 실천하는 것이 이상적인 경지로 여겨졌는데, 그것을 가장 잘 체현한 존재가 바로 성인(聖人)이다. 반면에 동학의 ‘하늘’은 그러한 우주의 주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에게 계시를 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과 같이 협력해서 세상의 구원을 완성해 나가야 하는 동반자적인 관계로 설정되고 있다.
『동경대전』에 설파되고 있는 ‘하늘’의 또 다른 특징은 그것이 계시를 내려 주는 인격적 구제자(救濟者)임과 동시에 우주적 생명력 그 자체로 이해되고 있다는 점이다. 「논학문」과 「주문」 등에 나오는 ‘시천주’라는 말은 이러한 하늘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인간은 자기 안에 하늘을 모시고 있으며, 하늘은 인간을 우주적 차원에서 길러 준다. 이러한 상생적 관계를 제2대 교주 최시형은 『해월신사법설』에서 ‘천인상여지기(天人相與之機)’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즉 하늘과 인간이 상호 의존 관계에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천인관에 담긴 함축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단지 하늘을 본받거나 따르기만 하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하늘까지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다시 말하면 초월적 존재의 생존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우주 생명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존재로 이해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동경대전』에 나타난 천인관은, 인간이 하늘과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설정되고 있으며 하늘은 일종의 인격화된 생명체로 파악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중국 사상과는 다른 독특한 성격을 띠고 있다.
[참고문헌]
■ 최제우 지음, 박맹수 옮김, 『동경대전』, 지식을 만드는 지식: 커뮤니케이션북스, 2012.
■ 박맹수, 「「동경대전」에 대한 기초적 연구: 「동경대전」 연구 성과를 중심으로」, 『정신문화연구』34, 1988.
■ 윤석산, 「새로 발견된 목판본 『동경대전』에 관하여」, 『동학학보』20,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