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사전을 편찬하고 인터넷으로 서비스하여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일반 독자들이 왕조실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학술 문화 환경 변화에 부응하고 인문정보의 대중화를 선도하여 문화 산업 분야에서 실록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개설]
향긋한 맛과 향을 가진 참당귀의 어린 싹으로 3월의 천신(薦新) 물품이었다. 입춘(立春)을 즈음하여 초봄마다 경기도의 여러 관아에서 신감채(辛甘菜)를 진상하였다. 뿌리는 당귀(當歸)라 하여 약재로 쓰인다. 신감초(辛甘草), 승검초라고도 한다.
[원산지 및 유통]
우리나라 중·북부 지역의 서늘한 곳에서 잘 자란다. 줄기는 곧고, 높이가 1m 정도 되면 가지가 나는데 연한 잎과 줄기를 음식 재료로 이용했다. 꽃대를 키우지 않은 뿌리를 캐서 말려 두었다가 약재로 썼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경기도·충청도·황해도·강원도·평안도 58개 군현의 토산으로 기록되어 있고,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의 경기도 양근군(楊根郡)·지평현(砥平縣)·영평현(永平縣)·가평현(加平縣), 충청도 단양군(丹陽郡)·연풍현(延豊縣)·제천현(堤川縣)·영동현(永同縣)·황간현(黃澗縣), 황해도 토산현(兎山縣), 강원도 춘천도호부(春川都護府), 평안도 은산현(殷山縣) 등 12개 군현의 토산으로 기록되어 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움막 속에서 키운 참당귀의 어린 싹을 신감초라 하는데, 깨끗하기가 은비녀 같고, 꿀에 찍어 먹으면 맛이 아주 좋다고 하며 먹는 방법까지 기록되어 있다. 경기도 산골의 양근, 지평, 포천(抱川), 가평, 삭녕(朔寧), 연천(漣川) 등 여섯 마을에서는 움파[葱芽], 산개(山芥), 신감채 등 햇나물을 눈 밑에서 캐내어 입춘 때 진상하였다. 입춘절식이라 하여 궁중에서는 오신반(五辛盤)을 수라상에 올려 겨우내 지친 입맛을 되살렸다.
[연원 및 용도]
연산군대에 신감채 진상에 대해 기록한 건이 여럿 있다. 정승들이 흉년이 들었으니 구황(救荒)의 정사에 힘쓰게 할 것을 청하는 과정에서 승검초는 반드시 적당한 토질에서만 자라므로, 채취하고 운송하는 폐단이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고충을 토로하였다. 하지만 승검초가 대비전을 위하고, 약 짓는 데 소용되기 때문에 캐어 진상할 것을 명하였다[『연산군일기』 6년 1월 8일]. 또한 승검초[辛甘菜] 등 여러 채소를 장원서(掌苑署)·사포서(司圃署)에서 흙집을 쌓고 겨우내 기르게 하라고 하여[『연산군일기』 11년 7월 20일], 긴요도가 높은 작물임을 알 수 있다.
중종은 경기·전라·황해·경상도 등에 글을 내려, 금후로 승검초를 봉진하지 말게 하라며 묵은 진상에 관한 폐단을 없앴다[『중종실록』 1년 9월 3일]. 고종은 진상한 신감채, 해홍채(海紅菜), 조홍(早紅)은 모두 온실에서 재배하여 인공으로 숙성시킨 것이다. 민폐(民弊)에도 관계되니 그만두도록 할 것을 명한다고 하였다[『고종실록』 19년 6월 21일].
진상된 신감채는 『만기요람(萬機要覽)』에 의하면, 대궐의 각처에서 쓰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향긋한 맛과 향을 지닌 신감채는 전이나 적, 떡의 주재료로 이용되거나 가루를 내어 떡이나 과자를 만들 때 섞어 푸른색을 내는 발색제로 쓰였다. 신감채산적은 봄에 신감채의 연한 줄기를 데쳐서 껍질을 벗기고, 소고기 안심살 산적과 함께 꿰어 양념을 발라 구우면 맛이 좋다고 하였다. 입춘에 산갓김치[香芥沈菜]를 담글 때 신감채를 함께 넣었고, 승검초줄기를 고추장에 박아 장아찌를 만들어 먹었다.
『음식책(飮食冊)』에는 봄철과 여름철 교자상에 올리는 떡의 웃기를 하는 법에 장밋빛 승검초잎에 찹쌀가루를 많이 씌워 지져서 놓는다고 하였다. 승검초는 가루를 내어 멥쌀이나 찹쌀가루에 섞어 시루떡, 증편, 단자, 주악 등으로 다양하게 만들었다. 승검초는 푸른색을 내어 각색 떡에 이용하기도 하고, 웃기떡으로 장식하기도 하였다. 흰 반죽에 승검초가루를 섞어 주악을 만들기도 하고, 쑥단자를 하듯 승검초가루를 섞어 삶은 후 꿀을 섞고 팥소를 넣고 잣가루를 묻혀 승검초단자를 만들었다.
『시의전서(是議全書)』의 승검초편은 맨 가루에 꿀물을 진하게 타서 가루에 버무려 도드미로 쳐서 승검초가루를 섞어 시루떡으로 안치는데, 떡 켜의 두께와 고명은 꿀편과 같이 한다고 하였다. 또 잔치에 쓰는 색 강정은 흰깨를 껍질 벗겨 볶은 것, 승검초가루, 송화, 흑임자 가루, 홍색 계피, 잣가루 등을 묻혀서 만든다고 기록하였다.
『규합총서(閨閤叢書)』에서는 증편을 푸르게 하고자 할 때는 승검초가루를 처음 반죽할 때 섞는다고 하였다.
[생활민속 관련사항]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는 제철이 아닌 나물 쓰는 법이 나온다. 마구간 앞에 움을 묻고 거름과 흙을 깔고 승검초, 산갓, 파, 마늘을 심는다. 움 위에 거름을 덮어 두면 움이 따뜻해져서 자라나는 나물이 좋으니, 겨울에 쓰면 좋다고 하였다.
『규합총서』에는 여러 채소를 보관하는 법으로 승검초는 뿌리를 움에 넣고 더운 물을 주고, 추운 날은 곁에 불을 피우면 순이 쉬 난다고 하였다. 아직 추운 겨울에 마분을 이용한 두엄을 만들고 그 열을 이용하여 나물을 키워서 먹기도 한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