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사전을 편찬하고 인터넷으로 서비스하여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일반 독자들이 왕조실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학술 문화 환경 변화에 부응하고 인문정보의 대중화를 선도하여 문화 산업 분야에서 실록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정의]
물에 불린 찹쌀을 시루에 찐 다음 꿀, 참기름, 진간장, 대추, 밤, 곶감, 잣 등을 화합하여 시루에서 쪄 낸 밥.
[개설]
꿀을 약(藥)으로 보고 약을 넣고 지은 밥이란 뜻을 함축하고 있다. 왕실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의 정월 보름날의 시식(時食)이다. 약밥·약반·약식(藥食)이라고도 한다.
[만드는 법]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의하면, 찹쌀 1말이면 살찐 대추 1말과 밤 1말을 함께 넣는다. 대추는 1개를 3~4조각씩 자르고 밤은 1개를 3쪽으로 낸다. 찹쌀은 너무 오랫동안 물에 담그면 좋지 않다. 반나절만 담근다. 찹쌀은 너무 오래 찌지 않는다. 쌀알이 익으면 즉시 꺼내 더울 때 대추, 밤, 꿀 1주발, 참기름 1되, 진간장 1종지를 고루 섞어 시루에 안친다. 밤과 대추는 남겼다가 사이사이에 뿌린다. 찹쌀가루로 위를 덮어 찌면 위아래 없이 검붉어진다. 대추씨 삶은 물을 넣으면 좋지만 질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건시(乾枾)는 떫어서 좋지 않다.
『규합총서』에 소개된 다른 방법으로는, 좋은 찹쌀 1말이면 살찐 대추 2되와 밤 2되를 함께 넣는다. 대추는 씨를 발라 쪼개 놓고 밤은 까서 쪼개 놓는다. 반나절만 담근 찹쌀을 쌀알만 익을 정도로 찐다. 그릇에 쏟아서 더울 때에 대추와 밤을 섞는다. 여기에 꿀 1주발, 참기름 7홉, 진간장 1탕기를 넣고 고루 섞어 시루에 안친다. 밤과 대추는 조금 남겼다가 사이사이에 뿌려 안친다. 찹쌀가루로 위를 덮어 찌되 시루 아래위를 가랑잎으로 깔고 덮는다. 대추씨 삶은 물은 모두 넣어도 좋다. 오랫동안 쪄야 빛깔이 검어진다. 뜸을 오랫동안 들이는데, 반나절 정도면 좋다. 건시를 넣으면 맛이 떫어진다. 1되쯤 얇게 썰어 넣는다. 밤은 황율(黃栗)도 좋다. 그릇에 담을 때 잣과 계피가루를 뿌린다. 정월 보름날에 만들어 먹는 것이다.
[연원 및 용도]
허균(許筠)이 지은 『성소소부고』의 『도문대작(屠門大嚼)』에는 “약반을 정월 보름에 까마귀에 먹이는 것은 경주의 옛 풍속인데, 중국인이 좋아하여 이것을 배워서 만들어 고려반(高麗飯)이라 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1849년(철종 1) 홍석모(洪錫謨)가 쓴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정월 대보름의 시식(時食)으로 찹쌀·대추·밤·기름·꿀·간장을 섞어 쪄서 잣을 박는데 약반이라 하며, 정월 보름인 상원(上元)의 좋은 음식으로 쓰고 제사에도 올린다고 하였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조선시대 내내 정월 보름날에는 까마귀를 보제하는 의미에서 약밥을 시식으로 만들어 먹었고, 이것이 중국에까지 전해졌음을 알 수 있다.
약밥은 일반 백성의 정월 보름날 시식이었지만, 왕실에서도 시식으로 먹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진찬(進饌)과 진연(進宴) 등과 같은 경사스러운 연회에 거의 빠짐없이 상에 올렸으며 귀한 찬품으로 대접받았다. 인조대에는 정월 대보름에 약반을 만들어 양전(兩殿)에게 바칠 정도였다[『인조실록』 15년 1월 15일]. 궁중의 약밥도 일반 백성이 만들어 먹던 약밥과 마찬가지로 찹쌀·대추·밤·꿀·참기름·간장·잣·계피가루를 재료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