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사전을 편찬하고 인터넷으로 서비스하여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일반 독자들이 왕조실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학술 문화 환경 변화에 부응하고 인문정보의 대중화를 선도하여 문화 산업 분야에서 실록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개설]
땅속의 맥을 통해서 흐르는 생기(生氣), 즉 지기(地氣)는 물을 만나면 멈추고 응결된다. 그것이 다름 아닌 혈이다. 따라서 풍수에서 물을 매우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혈 앞 명당에 흐르는 물의 흐름은 그곳에 형성될 혈의 진위 여부, 크기와 역량을 파악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내용 및 특징]
풍수에서 수맥은 크게 3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첫째, 혈 앞에 흐르는 명당수와 그 바깥에서 다시 흐르는 객수를 말한다. 둘째, 왕릉의 경우 광중(壙中)에 혹시나 물이 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물이 빠져나가게 하는 통로, 즉 수맥을 만드는데 이 경우의 수맥이다. 셋째, 1980년 이후 우리나라에 유행된 지하 수맥과 풍수와의 습합에서 언급되는 수맥이다. 이 가운데 풍수에서 언급되는 것은 첫 번째 경우이다.
조선조 지관 선발 고시과목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장서(葬書)』에서는 풍수의 법이 물을 얻는 것을 으뜸으로 하고 바람을 갈무리하는 것을 그다음으로 하라고 할 만큼 물을 얻는 것을 중시한다. 수맥을 중시하는 것은 물이 혈처를 감싸 돌아야 하지 그 반대로 감싸 돌지 않고 등을 돌리고 빠져나가면 좋은 터가 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서』에서는 물의 중요성만 강조하였을 뿐 물의 흐름, 즉 수맥에 대한 자세한 언술이 없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이상적인 풍수 요건으로 수맥이 굴곡(屈曲)해야 한다거나, 물이 깊고 맑으며 휘돌아 굽이쳐 흘러야 한다는 것을 언급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이다[『세종실록』 23년 8월 25일].
풍수에서 산보다 물을 중시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풍수에서 물은 사람의 피와 같아 움직임이 빠르기 때문에 길흉화복이 빠르게 나타난다고 본다. 둘째, 수맥의 양과 흐름의 모양에 따라 그 길흉화복의 정도와 종류가 달라진다고 본다. 따라서 상지관은 혈처 앞에 형성된 수맥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관찰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명산론(明山論)』은 수맥의 종류를 진룡수(眞龍水), 승룡수(乘龍水), 수룡수(水龍水), 조룡수(鳥龍水), 요룡수(腰龍水), 호룡수(護龍水), 현무수(玄武水) 등 일곱 가지로 나누어 그 수맥의 모양과 길흉화복을 소개하고 있다.
[변천]
조선초기에 풍수에서 수맥을 언급할 때는 문자 그대로 물의 흐르는 맥을 지칭하였다. 그 이상적인 조건은 물이 완만하게 흐르되 굽이져 흘러야 하고 혈처를 감싸 안은 것이었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 풍수서적의 유실과 중국에서 들어온 좌향을 중시하는 새로운 풍수 이론의 유입으로 수맥론은 매우 복잡다단하고 술수화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