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조선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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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百齋)

서지사항
항목명백재(百齋)
용어구분전문주석
동의어백일재(百日齋)
관련어기신제(忌晨祭), 기신재(忌晨齋), 승재(僧齋), 대상재(大祥齋), 소상재(小祥齋), 반승(飯僧), 수륙재(水陸齋), 영산재(靈山齋)
분야문화
유형의식 행사
자료문의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정보화실


[정의]
사람이 죽은 지 100일째 되는 날 올리는 불교식 재(齋) 의식.

[개설]
조선시대에는 억불 정책에 따라 불교 종단을 통폐합하고, 사찰과 그에 딸린 전답, 노비 등을 혁파하였다. 또한 도첩제(度牒制)를 시행하여 승려의 출가를 엄격히 통제하였다. 그 결과 조선중기에 이르면 더 이상의 억불 정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불교가 쇠퇴하였다.

그러나 불교의 제사 문화는 여전히 지속되어 왕실의 주요 의례로서 그 명맥을 유지하였다. 국왕은 억불 정책을 펼치면서도 능침사찰과 원당(願堂) 등을 지정하여 선왕을 추모하고 왕실의 제사를 지내도록 하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사후 49일, 100일, 1년, 2년 되는 날 각각 지내는 사십구재, 백재, 소상재, 대상재 등이다. 선왕이나 선후의 기일(忌日)이 되면 궁궐에서 제사를 지냈는데, 같은 날 절에서도 재를 올리게 하였다. 그에 따라 유교식 제사인 기신제(忌晨祭)와 불교식 제사인 기신재(忌晨齋)가 공존하였다. 특히 사십구재와 백재는 불교의 명부(冥府) 신앙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어김없이 사찰에서 설행되었다. 그 중 백재는 죽은 사람이 사후 100일째 되는 날에 명부 시왕[十王] 가운데 제8 평등왕(平等王)의 심판을 받게 되므로, 정성껏 제사를 지내 생전의 죄업을 용서 받도록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연원 및 변천]
조선시대의 백재는 1408년(태종 8)에 태조의 백재를 흥덕사(興德寺)에서 지내면서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그 뒤 1450년(문종 즉위)에는 세종의 백재를 진관사(津寬寺)에서 지냈다. 성종대에는 주로 정인사(正因寺)원각사(圓覺寺)에서 백재를 설행하였으나, 재를 지내는 사찰은 일정하지 않았다. 1483년(성종 14) 세조비 정희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초재(初齋)는 장의사(莊義寺), 이재(二齋)는 진관사, 삼재(三齋)는 봉선사(奉先寺), 사재(四齋)는 정인사, 오재(五齋)는 장의사, 육재(六齋)는 회암사(檜巖寺), 칠재(七齋)는 봉선사, 백재는 정인사에서 각각 지냈다[『성종실록』 14년 4월 1일].

[절차 및 내용]
백재의 의식 절차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자료가 전하지 않는다. 다만 소상재와 대상재 등 일반적인 기신재의 절차와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기신재의 절차는 대략 다음과 같다. ① 기일 전날 저녁, 망자의 영혼을 불러들여 신주(神主)에 모신다. ② 기일 아침에 신주를 깨끗이 목욕시킨다. ③ 평상 위에 목욕시킨 신주를 놓는다. ④ 옆문을 통해 신주를 불상 앞으로 옮긴다. ⑤ 신주를 사용하여 불상에 예배하는 동작을 하게 하고, 소문(疏文)을 읽어 복을 빈다. ⑥ 의식이 모두 끝나면 음복 및 시식을 한다. 그 뒤 다시 유교식 제사를 시작한다. ⑦ 끝으로 승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반승(飯僧) 의식을 행한다.

기신재는 특별한 의식 절차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불교의 대표적인 영혼 천도 의례인 수륙재(水陸齋)와 영산재(靈山齋)의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다. 즉 범패와 작법무, 염불, 각종 악기가 동원되는 거창한 의식이었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내자시[內資寺]·내섬시[內贍寺]·예빈시[禮賓寺] 등에서 차례로 부담하였다.

[생활·민속적 관련 사항]
백재를 맞아 죄인을 사면하는 일도 있었다. 1468년(예종 즉위)에 예종은 세조의 백재를 원각사에서 설행하면서, 강도와 절도를 제외한 유배형 이하의 죄인을 석방하였다[『예종실록』 즉위년 12월 16일]. 망자가 생전의 죄복(罪福)을 심판받는 날이므로 후손들이 복덕을 쌓아 왕생을 기원하려는 취지였다.

[참고문헌]
■ 김탁, 「조선전기의 전통신앙-위호와 기신재를 중심으로」, 『종교연구』6, 한국종교학회, 1990.
■ 심효섭, 「조선전기 기신재의 설행과 의례」, 『불교학보』40,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2003.
■ 이현진, 「조선 왕실의 기신제 설행과 변천」, 『조선시대사학보』46, 조선시대사학회, 2008.

■ [집필자] 한상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