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조선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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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법회(文殊法會)

서지사항
항목명문수법회(文殊法會)
용어구분전문주석
관련어소재길상다라니[消災吉祥陀羅尼], 경애법(敬愛法), 연복사(演福寺), 문수보살(文殊菩薩), 호마법(護摩法), 소재법석(消災法席), 선법(禪法), 밀교(密敎)
분야문화
유형의식 행사
자료문의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정보화실


[정의]
재앙을 없애고 환희심을 얻기 위해 소재길상다라니[消災吉祥陀羅尼]를 염송하는 불교 의식.

[개설]
문수법회(文殊法會)는 ‘불설치성광대위덕소재길상다라니[佛說熾盛光大威德消災吉祥陀羅尼]’를 1일 내지 7일 동안 염송하며, 일체의 재난이 소멸하기를 발원하는 일종의 소재도량이다. 『불설치성광대위덕소재길상다라니경』에 따르면, 소재길상다라니를 지송하면 국가나 집안의 재난이 없어져 왕명을 따르지 않거나 남을 거역하는 자가 사라진다고 한다. 문수법회는 모든 이들이 환희하고, 천룡팔부 등 여러 귀신을 조복(調伏)하며, 제불보살(諸佛菩薩)이 자신을 보호하도록 하는 ‘경애(敬愛)의 호마법’으로 행해졌다.

문수회의 주존인 문수보살은 장차 부처의 지위에 오를 보살이므로 ‘법왕자(法王子)’라고도 하는데, 태장계만다라에서는 석가여래의 바깥쪽에 위치한다. 대승불교 반야의 교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보살로, 왼손 끝에 뾰족한 청련화를 지니고 있다. 이것은 반야의 지혜가 예민한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또 오른손에는 금강저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번뇌를 파괴하는 지혜의 작용을 나타낸다.

고려시대에는 공민왕대부터 왕이 직접 궁궐이나 연복사(演福寺)에서 문수법회를 열었는데, 별[星]의 변괴가 있을 때 설행하는 소재도량과 달리 3,4월에 정기적으로 시행하였다. 조선시대에는 태조대에만 수차례 문수법회가 열렸는데, 모두 개성의 연복사에서 열렸다.

[연원 및 변천]
문수법회는 소재길상(消災吉祥)을 목적으로 하는 법회로, 『불설치성광대위덕소재길상다라니경』 또는 『불설대위덕금륜불정치성광여래소제일체재난다라니경』에 의거하여 설행되었다. 고려시대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소재도량과 법회가 열렸는데, 재앙을 없애는 식재(息災)의 호마법, 재산의 증식 등을 위한 증익(增益)의 호마법,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고 제불보살이 자신을 보호하도록 하는 경애의 호마법, 오무간죄(五無間罪) 외적의 침략 등을 굴복시키는 조복의 호마법 등이 그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문수법회는 그 가운데 ‘식재의 호마법’ 또는 ‘경애의 호마법’으로 행해졌다.

1365년(고려 공민왕 14)에 왕이 친히 문수회를 연 이래 고려시대에는 거의 매년 10회씩 설행되었는데, 궁궐이나 연복사에서 7일 또는 9일 동안 시행되었다. 그중 설행 목적이 밝혀진 문수회는,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1377년(고려 우왕 3)에 수미사에서 설행된 문수도량이 유일하다.

조선시대의 경우 태조대에만 문수법회가 개최되었다. 1392년(태조 1) 9월에 대사헌 남재(南在) 등은 상소를 올려, 공민왕이 문수법회를 개최했으나 나라를 구하지 못하였으므로 불교의 인과응보설은 믿을 것이 못된다고 주장하였다[『태조실록』 1년 9월 21일]. 그러나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태조는 이듬해에 연복사오층탑이 완공되자 문수법회를 베풀게 하고, 친히 거둥하여 자초(自超)의 선법(禪法) 강설(講說)을 들었다[『태조실록』 2년 3월 28일]. 그 다음 해인 1394년(태조 3)에도 연복사에서 문수법회를 7일간 개최하고 3차에 걸쳐 참관하였다[『태조실록』 3년 2월 17일]. 하지만 태조대 이후에 문수법회를 개설한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태조대에 개설된 문수법회에서는 선법을 강설하였는데, 이는 왕으로서 지혜를 닦는 의식이라 할 수 있다. 또 조선 왕조 개창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연복사오층탑의 준공식을 겸해 개최된 것으로 미루어, 경찬법회의 성격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절차 및 내용]
도량의 작법절차에 따라 단을 꾸미고, 1~7일 동안 다라니를 지극한 마음으로 독송한다. 경애법에 의거해 법회를 개설하여, 모든 사람이 환희심을 일으키게 하고, 천룡, 야차, 팔부 또는 귀신을 조복하며, 모든 적들로 하여금 마음을 돌려서 좋은 일을 하게 만들고, 제불보살이 자신을 보호하기를 발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회가 개설되었다.

[참고문헌]
■ 『고려사(高麗史)』
■ 『불설치성광대위덕소재길상다라니(佛說熾盛光大威德消災吉祥陀羅尼)』, 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脩大藏經) 19.
■ 서윤길, 『한국밀교사상사』, 운주사, 2006.
■ 정태혁, 『한국불교융통사』, 정우서적, 2002.
■ 김용조, 「조선전기의 국행기양불사연구」, 동국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0.
■ 김형우, 「고려시대 국가적 불교행사에 대한 연구」, 동국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3.

■ [집필자] 이성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