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사전을 편찬하고 인터넷으로 서비스하여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일반 독자들이 왕조실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학술 문화 환경 변화에 부응하고 인문정보의 대중화를 선도하여 문화 산업 분야에서 실록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천병(天屛)

서지사항
항목명천병(天屛)
용어구분전문주석
분야문화
유형개념용어
자료문의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정보화실


[정의]
삼수(參宿) 별자리 남쪽에 군진(軍陣)의 지휘부를 엄폐하는 병풍 역할을 한다고 보아 붙여진 별자리 이름.

[개설]
천병성(天屛星)은 그냥 병성(屛星)이라 일컫기도 하는 별자리이며, 삼수, 곧 오리온 별자리의 우측 발 아래쪽으로 위치한 2성 별자리이다. 두 개의 별이 쭉 뻗어 있는 모습이 병풍과 같다고 보아 붙여진 별자리이며, 두 별이 다 갖추어지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질병이 많아지고, 밝지 않으면 대인이 앓아눕게 되며, 객성이 들어오면 다리가 넷 달린 동물에 큰 질병이 생긴다고 보았다.

[내용 및 특징]
삼수 별자리는 가을과 겨울철 별자리의 왕자라 불리는 오리온 별자리이다. 즉 삼수 자체가 매우 밝고 큰 별자리이고 가을과 겨울철 밤하늘에 압권인 까닭에 군진을 지휘하는 대장군 별자리로 보았고, 사신도 별자리로도 가을철 서방 백호의 용맹스런 호두(虎頭)로 형상화하였다. 이에 삼수의 골격을 이루는 7성은 모두 장수들로 구성된다. 중심부에 옆으로 누운 3성이 삼장군(三將軍) 별자리이고, 위쪽 어깨로 매우 밝은 두 별이 좌장군과 우장군이며, 아래쪽 발 쪽에 큰 두 별은 후장군과 편장군이라 이른다. 이렇게 삼수 7성은 군진의 대장군에 비유되었고, 중심부에 위치한 삼장군 별자리는 좌우가 참모에 해당하고 그 가운데 별이 최고사령관인 대장군에 해당한다. 여기에다 세로로 늘어선 3성이 추가되어 삼수 10성을 이루는데, 이 세로 3성이 북쪽 오랑캐를 참벌(斬伐)한다는 벌(伐) 3성으로, 하늘의 도위(都尉) 별자리에 비견된다.

이와 같이 삼수와 주변 별자리는 모두 백호의 용맹성으로 말미암아 군진과 관련된 이름으로 불렸다. 이 삼수 아래쪽 별자리로 군정(軍井) 4성 별자리가 위치하는데, 뜻 그대로 군진용 우물이며, 그 아래로 군진용 화장실인 측(厠) 4성과 여기서 배출된 천시(天屎) 1성이 아래에 떨어져 있다. 이 군정 4성의 아래, 측성 4성의 오른쪽에 바로 천병(天屛) 2성이 자리하고 있다. 이 천병 2성은 하늘의 병풍이란 뜻으로, 군진의 지휘부를 엄폐하는 병풍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천병 2성 우측으로 구유(九斿) 9성이 길게 세로로 늘어서 있다. 유(斿)가 고대의 깃발을 이르는 말이니 구유는 군진을 지휘할 때 사용하는 아홉 종류의 군사용 깃발을 상징한다. 구유성 위쪽으로 세로로 촘촘히 늘어선 9개의 별은 삼기(參旗) 9성으로 역시 병란을 막는 깃발을 뜻하며, 활과 석노의 사용을 지휘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병성이 38건 수록되어 있고, 내용상 그 위치가 같지 않아 보인다. 단지 병(屛)이라 쓴 병성이 있고, 천병성으로 다 말한 이름도 있고, 내병(內屛)과 외병(外屛)으로 부르는 별자리도 있다. 내병성은 태미원 내에 위치한 4성을 이르고, 외병성은 규수 아래에 위치한 7성을 지칭한 것이어서 천병성과는 다른 별자리이다. 단지 병성이라 한 경우는 『천문류초(天文類抄)』에서 천병성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조선왕조실록』에서 천병성이라 언급한 경우는 유성(流星)하고성(河鼓星)에서 나와 천병성으로 들어갔는데, 모양이 달걀과 같았다고 한 것이 유일하다[『정종실록』 1년 5월 21일].

삼성(參星) 아래에서 나와 병성 아래로 들어갔다 하였고[『인조실록』 20년 10월 17일], 혜성이 나타나 천원성(天苑星)을 지나 삼수 내의 병성 위로 향하였다 하는데[『현종실록』 9년 2월 1일], 이때의 병성은 바로 천병성을 일컫는다. 그런데 붉은 빛깔의 유성이 천원성 쪽에서 나와 병성 쪽으로 들어갔다 하였는데[『중종실록』 27년 12월 30일], 이 병성은 위치가 분명치 않아 천병성이거나 외병성일 가능성이 둘 다 있다.

이렇게 병풍처럼 둘러 처진 병성은 천병성, 내병성, 외병성의 세 종류가 있고, 그냥 병성이라 할 때는 주변 정황을 보아야 어느 별자리인지 분명히 말할 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문헌]
■ 『사기(史記)』
■ 『한서(漢書)』
■ 『여씨춘추(呂氏春秋)』
■ 『회남자(淮南子)』
■ 『천문류초(天文類抄)』
■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 김일권, 『동양천문사상 하늘의 역사』, 예문서원, 2007.
■ 김일권, 『고구려 별자리와 신화』, 사계절, 2008.
■ 김일권, 『우리 역사의 하늘과 별자리』, 고즈윈, 2008.
■ 김일권, 『임원경제지 위선지 역주』, 소와당, 2011.

■ [집필자] 김일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