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사전을 편찬하고 인터넷으로 서비스하여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일반 독자들이 왕조실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학술 문화 환경 변화에 부응하고 인문정보의 대중화를 선도하여 문화 산업 분야에서 실록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개설]
왕량성(王良星)은 28수 가운데 규수에 속한다. 왕량성은 규수의 북쪽, 은하수의 가운데에 있으며 5개의 별로 이루어졌다. 왕량은 춘추시대(春秋時代) 진(晋)나라 사람으로 말을 잘 몰았는데, 그 형상을 하늘로 올려 별자리로 삼았다. 왕량성은 천자의 수레를 모는 관원이며, 서양 별자리의 카시오페이아자리에 속하는 별 다섯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 및 특징]
『조선왕조실록』에는 왕량성과 관련된 170여 건의 천문 관측 기록이 보인다. 이 가운데 유성 관측 기록이 121건, 객성(客星) 관측 기록이 49건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혜성 관측 기록이나 백기(白氣)와 관련된 기록도 보인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선조 때에 있었던 많은 객성 관측 기록이다. 1592년(선조 25) 10월 27일에서 1593년 2월 26일 사이 약 4개월 동안 왕량성의 동쪽에 나타난 객성 관측과 1604년(선조 37) 9월 21일에서 1605년 3월 15일 사이의 약 6개월 동안 천강(天江) 성좌 위에 나타난 객성 관측이 있다. 왕량성에 나타난 객성은 객성이 왕량성의 동쪽 제1성과 제2성 사이에서 보인다고 한 것에서 왕량성의 동쪽에 나타났었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정확한 위치는 짐작할 수 없다[『선조실록』 26년 2월 26일].
조선시대 천문 관측이 초신성의 본질을 구명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기여를 한 객성 관측 기록이 바로 천강성의 북쪽에 나타났던 객성이다. 현대 천문학에서는 이 천강성에 나타난 객성을 ‘케플러 초신성’이라 부른다. 『선조실록』에 기록된 천강성 객성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면 객성이 나타난 위치, 객성의 크기와 색깔을 아주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어서 초신성의 특성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객성의 밝기를 천체들과 비교하여 정확하게 기술한 점이다. 처음 나타났을 때 목성만 하였던 객성이 점점 밝아져서 금성만 해졌다가, 다시 어두워지면서 목성을 거쳐서 화성, 심수(心宿)의 대화성보다 컸다가 심수의 화성보다 작아지고, 나중에 심수의 동쪽 별인 전갈자리 시그마별만 해졌다고 했다. 이것은 객성의 밝기를 정량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좋은 관측 증거가 되었다.
고천문에서는 하늘을 31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서 별자리를 배속시켜 분류하였는데, 그 분류는 시대별로 달랐다. 『보천가(步天歌)』 이후 삼원(三垣)과 28수의 별자리 분류 체제가 확립되면서 왕량성은 28수 가운데 서방 7수의 규수에 속하였다. 그 이전인 『사기(史記)』 「천관서(天官書)」에서는 왕량 1성과 천사(天駟) 4성으로 구분되어 북궁(北宮)에 속하는 것으로, 『삼가성경(三家星經)』에서는 석씨중관(石氏中官)에 속하는 것으로, 그리고 『진서(晉書)』 「천문지(天文志)」에는 중궁(中宮)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천문분야론에 따르면, 왕량 성좌는 하늘을 열두 구역으로 나눈 십이성차(十二星次) 가운데 추자(娵訾)의 차에 속하는데, 서양 황도십이궁의 물고기자리[雙魚宮]와 상응한다. 해가 하늘에서 추자의 차에 있을 때는 십이진(十二辰)의 해(亥)의 방향에 해당하는데, 시절은 음력 1월에 해당한다.
왕량성의 별 5개가 엮어 내는 모양은 ‘천상열차분야지도’에서는 북쪽에 있는 한 별 책(策)과 함께 네 필의 말이 모는 수레를 닮았다. 서쪽에 있는 한 별 왕량이 동쪽에 늘어선 네 필의 말[天駟]이 끄는 수레에 앉아 네 개의 말고삐를 왼손으로 잡고서, 북쪽에 있는 채찍을 오른손으로 휘두르면서 은하수를 따라 달리고 있다. 『보천가』에서는 이것을 꽃에 비유하여 “홍색 별 다섯이 피워 낸 꽃 왕량”이라고 읊었다.
왕량성은 은하수 안에 있는데 ‘천상열차분야지도’에서는 각도성(閣道星)의 동쪽, 규수의 북쪽, 등사성(騰蛇星)의 서북쪽, 전사성(傳舍星)의 남쪽으로 둘러싸여 있다. 하늘에서 이 지역은 서양 별자리의 카시오페이아자리에 속하는데, 여기에 들어 있는 별 다섯 곧 카시오페이아자리 베타별, 제타별, 알파별, 에타별, 감마별이 왕량성을 이루고 있다.
왕량(王良)은 춘추시대의 진나라 사람인 조양자(趙襄子)의 수레를 몰았던 사람으로 마차를 잘 몰아서 유명하였다. 왕량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 사서와 전적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회남자(淮南子)』 「남명훈(覽冥訓)」에 실린 이야기가 있다. 왕량성은 마차를 잘 모는 왕량을 본떠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삼은 것으로, 하늘에서 천제의 수레를 모는 임무를 맡았다. 왕량성에는 별이 5개 있는데, 그중에서 동쪽에 있는 넷은 마차를 모는 네 필의 말 곧 천사(天駟)를 나타내고, 서쪽의 한 별은 왕량이다. 이것은 『사기』 「천관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왕량이 말에 채찍질을 하면 온 들판에 전차와 기마가 가득 찬다.” 하였다. 왕량성은 은하수의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어서, 왕량성을 은하수를 건너는 다리 곧 천량(天梁), 천교(天橋), 천진(天津)이라고도 하였다. 따라서 왕량성은 나루와 다리를 담당하여 물길을 비바람으로부터 막는 임무를 맡았고, 천자의 수레를 받들어 은하수를 건너는 관직을 수행하였다.
왕량성과 관련된 천문 현상도 이와 관련하여 해석하였다. 왕량성의 별이 움직이면 전차와 기병이 들판에 가득하고, 별이 온전하게 갖추어 있지 않거나 또는 객성이 지키고 있으면 나루와 교량이 불통되고 강과 시내에 변고가 있다고 해석하였다. 별이 밝으면 말들이 흔해지고, 어두우면 말에게 재앙이 있다고 보았다. 혜성과 객성이 왕량성으로 들어오면 전쟁이 일어나 사람들이 죽고 천하의 다리가 불통한다고 보았다. 유성이 왕량성을 범하면 대장이 출병을 한다고 하였다. 푸른색 운기가 왕량성을 범하면 왕량이 받들어 모시는 수레가 추락할 걱정이 있고, 운기가 붉은색이면 왕량이 참형을 당할 우환이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 들어간다[入]는 것은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것을 의미하며, 지킨다[守]는 것은 들어가서 오랫동안 있는 것을 의미하고, 범한다[犯]는 것은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