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사전을 편찬하고 인터넷으로 서비스하여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일반 독자들이 왕조실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학술 문화 환경 변화에 부응하고 인문정보의 대중화를 선도하여 문화 산업 분야에서 실록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개설]
일휘(日彙)라고도 하는 일훈(日暈)은 햇무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무리’는 태양이나 달 또는 가로등과 같이 빛이 강한 발광체 주위로 동그란 빛의 띠고리가 생기는 광학 현상이다. 이러한 띠고리는 일광이 대기 중을 통과할 때 작은 얼음 결정 입자[氷晶]에 빛이 반사되거나 굴절되면서 생긴다. 주로 엷은 새털구름이 끼었을 때 나타나며, 이 현상 후에는 대개 비가 내리므로 햇무리나 달무리가 지면 비가 내린다는 속언이 전한다. 태양이나 달이 지평선에서 40° 이상 떠올랐을 때 둥근 무리가 나타나고, 그 이하 고도에서는 약간 타원형이 된다. 햇무리는 주로 봄·여름에 자주 나타나며, 민가에서는 햇무리가 끼면 한밤중에 비가 내리고, 달무리가 끼면 한낮에 바람이 분다고 하였다.
[내용 및 특징]
『개원점경(開元占經)』의 「일점(日占)」에는 태양 관련 재이(災異) 현상을 여러 종류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식·일훈 외에도 일관(日冠)·일대(日戴)·일포(日抱)·일이(日珥)·일직(日直)·일배(日背)·일경(日璚)·일격(日格)·일유(日紐)·일승(日承)·일교(日交)·일제(日提) 등이 있다.
이러한 태양 관련 재이 현상이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기사를 살펴보면, 1401년(태종 1)에는 일이·일직·일포·일훈의 현상이 나타났다고 기록하였다[『태종실록』 1년 1월 24일]. 일이를 일미(日弭)로 표기한 곳도 있는데[『태종실록』 1년 5월 16일] ‘일이(日珥)’를 잘못 기록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1402년(태종 2)년에는 일관과 일배가 나타났다고 하였고[『태종실록』 2년 2월 25일], 태양의 주변으로 일훈이 졌는데 안쪽이 붉고 바깥쪽이 희었다는 기록도 있다[『태종실록』 2년 3월 7일].
1403년(태종 3)에는 일영(日纓)이 나타났다고 하였는데[『태종실록』 3년 1월 8일], 영(纓)은 갓끈이란 글자이므로 ‘일영’은 일관과 관련되나 끈 모양인 기체 현상을 이른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또한 일포 현상이 보였다고 하였는데 안은 푸르고 밖은 붉었다고 하였다[『태종실록』 3년 11월 18일]. 1404년(태종 4)에는 햇무리가 졌고 남북으로 일이가 생겼다고 하였다[『태종실록』 4년 2월 10일]. 또한 햇무리가 지고 일이가 있었는데 좌정승 하윤(河崙)이 그 형상을 그려서 바쳤다고 하였다[『태종실록』 4년 2월 11일]. 해의 남쪽에 일이가 있었다고도 하였으며[『태종실록』 4년 4월 11일], 황색의 햇무리가 신(申) 방위에서 일어났다가 인(寅) 방위에 이르러 소멸하였는데 그 너비가 포(布)만 하였다고도 기록하였다[『태종실록』 4년 6월 2일].
이렇게 태양 주변의 이상 기체 현상을 자세하고 다양한 종류로 관찰하고 기록하였는데, 이는 『조선왕조실록』에서만 무려 4,300여 건이 있을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다. 태양의 관측에도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참고문헌]
■ 『사기(史記)』 「천관서(天官書)」
■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
■ 『한서(漢書)』 「천문지(天文志)」
■ 『여씨춘추(呂氏春秋)』
■ 『회남자(淮南子)』
■ 『천문류초(天文類抄)』
■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 김일권, 『(동양 천문사상) 하늘의 역사』, 예문서원, 2007.
■ 김일권, 『고구려 별자리와 신화: 고구려 하늘에 새긴 천공의 유토피아』, 사계절, 2008.
■ 김일권, 『우리 역사의 하늘과 별자리: 고대부터 조선까지 한국 별자리와 천문 문화사』, 고즈윈,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