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사전을 편찬하고 인터넷으로 서비스하여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일반 독자들이 왕조실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학술 문화 환경 변화에 부응하고 인문정보의 대중화를 선도하여 문화 산업 분야에서 실록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개설 및 내용]
고대 역법(曆法)에서는 해와 달 그리고 오행성(五行星)의 위치를 계산하는 데 필요한 관측값과 계산값 들을 계산의 편리를 위하여 수표(數表)에 실어놓았는데, 이 수표를 입성(立成)이라고 한다. 원나라 때의 역법인 『수시력(授時曆)』과 이를 따르는 『대통력(大統曆)』,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 등에는 태양(太陽)·태음(太陰)·오행성의 위치 및 일출입시각(日出入時刻)을 계산하는 데 필요한 입성이 각각의 항목에 실려 있다. 각 항목에 제시된 입성들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1) 태양의 입성
지구가 태양 주위를 타원궤도로 운동하므로, 천구 상에서 태양은 근일점(近日點)과의 거리에 따라 운행 속도가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영축(盈縮) 운동을 한다. 따라서 태양의 입성에는 동지(冬至)와 하지(夏至)를 전후로 영축 운동의 계산에 필요한 값들이 실려 있다. 즉 동지를 전후한 영초축말한(盈初縮末限)과 하지를 전후한 축초영말한(縮初盈末限)의 2상한(象限)에서 태양의 실제 운동과 평균운동의 차(差)와 그 누적(累積) 값인 영축적(盈縮積)의 값을 하루 단위로 계산해두었다. 이러한 태양의 입성은 24절기(節氣) 때 태양의 실제 위치를 나타내는 정기(定氣)를 계산하거나, 정삭(定朔)과 정망(定望) 등의 시각에 달과 태양의 실제 위치를 계산하는 데 사용된다.
2) 태음의 입성
달도 지구 주위를 타원궤도로 움직임에 따라 부등운동을 하게 되는데, 달의 이런 운동을 지질(遲疾) 운동이라고 한다. 태음의 입성에는 달의 지질 운동을 한수(限數)와 입전일(入轉日)에 따라 계산한 값이 실려 있다. 즉 근지점(近地點)으로부터 떨어진 거리를 달이 운행할 때, 그 실제 속도값을 각각 한수와 일수(日數)에 따라 기록한 것이다. 한수에 따른 값은 태음한수지질도(太陰限數遲疾度)의 입성에, 일수에 따른 속도값은 지질전정 및 적도[遲疾轉定及積度]의 입성에 수록되어 있다. 한편, 입전일은 달이 근지점을 통과한 이후의 일수를 말하는데, 지질전정 및 적도의 입성에는 입전일에 따라 달라지는 달의 일일 운행 도수(度數)인 전정도(轉定度)가 실려 있다. 태음의 입성은 정삭과 정망 등의 시각에 달의 실제 위치를 계산하는 데 사용된다.
3) 오행성의 입성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 등의 다섯 행성, 즉 오행성을 말한다. 오행성의 경우, 움직이는 지구에서 관측하므로 행성의 절대운동이 아니라 지구에 대한 각 행성의 상대운동, 즉 순행(順行)과 역행(逆行), 유(留)와 같은 겉보기운동을 관측하게 된다. 그에 따라 오행성의 입성에는 지구에서 관측되는 겉보기운동의 각 단계마다 행성이 운행하는 도수와, 태양 주위를 타원궤도로 운동함으로 인해 일어나는 영축 현상에 따른 각 책수(策數)에서의 운행 도수가 함께 계산되어 있다.
일출입과 신혼분의 입성은 하루 중 낮과 밤의 시간을 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출입과 신혼분의 계산이 정확해야 태양이 각 절기에 들어서는 정기의 시각과 일식(日食) 및 월식(月食)이 일어나는 시각 등을 정확히 예보할 수 있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밤의 시간을 정확히 운용할 수 있다. 일출입의 시각은 태양의 적위[δ]와 관측 지방의 위도[φ]에 따라 달라진다. 관측 지방의 위도는 북극 고도를 측정하여 직접 구할 수 있으나, 매일 변하는 태양의 적위는 동지와 하지 이후 황도(黃道) 매도(每度)에 대하여 계산된 황도출입적도내외도(黃道出入赤道內外度)와 반주야분(半晝夜分)의 수표를 이용하여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