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사전을 편찬하고 인터넷으로 서비스하여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일반 독자들이 왕조실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학술 문화 환경 변화에 부응하고 인문정보의 대중화를 선도하여 문화 산업 분야에서 실록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개설 및 내용]
지구는 태양과 달에 의한 중력 섭동(攝動)으로 인하여 춘분점(春分點)이 황도(黃道)를 따라 매년 50˝.2씩 서쪽으로 이동하는 세차운동(歲差運動)을 한다. 따라서 춘분점을 기준으로 하는 1회귀년은 태양이 황도를 완전히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인 1항성년보다 평균 0.014일(50.2˝) 짧다. 즉 항성년과 회귀년의 길이 차가 세차가 되는 것이다.
중국의 고대 역법(曆法)에서는, 태양은 하늘을 등속도로 운동하며 적도(赤道)를 따라 하루에 1도씩 운행한다고 생각하였다. 오늘날에는 바빌로니아시대 이래의 전통에 따라 주천(周天)을 360도로 나누는데, 고대 중국에서는 태양이 하루에 1도씩 움직인다고 여겼기 때문에 주천의 도수(度數)를 1년의 일수(日數)와 같은 값으로 정했다. 그런데 역법에 따라 1년의 길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으므로, 주천의 도수 역시 역법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한편 후한시대 이후에는 태양이 적도가 아닌 황도를 따라 운동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하루에 1도씩 움직인다고 여겼다.
그 뒤 340년경 동진(東晉)의 우희(虞喜)는 자신이 동짓날 황혼(黃昏) 때 관측한 중성(中星)의 관측값을 역대 기록과 비교한 결과, 동지점의 위치에 변화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는 1회귀년 동안 태양이 하늘을 1주천(周天)하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을 깨닫고, 1회귀년이 해마다 변하는 세차를 발견한 것이다. 이처럼 중국에서 세차를 발견한 것은 누대에 걸쳐 동지점을 관측해온 덕분이었다. 그는 요임금시대부터 동진시대에 이르기까지 2,700여 년 동안 동지점이 움직인 각수도(角宿度)를 살핀 결과, 태양이 별에 대해 약 50년에 1도씩 즉, 1년에 70.96˝씩 서쪽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동지점의 태양의 위치를 별들의 수도(宿度)로 나타내는 중국의 전통적인 방법은 동지점을 적도(赤道) 도수의 변화로 나타내는 적도 좌표계에 따른 표현법이며, 동지점의 이동을 통해 발견한 세차값은 바로 적도 세차값이었다. 약 77년에 1도 곧, 1년에 46˝씩 움직이는 오늘날의 세차값과 비교하면 우희의 세차값은 오차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서양에서는 기원전 2세기 중반에 그리스의 천문학자인 히파르코스(Hipparchos)가 세차 현상을 발견하였는데, 그는 약 100년 혹은 50년에 걸친 장기간의 관측과 일시적인 관측값을 비교함으로써 별의 황경이 매년 36˝씩 증가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이는 춘분점을 기준으로 할 때 관측한 별의 적경이 증가하므로, 따라서 별이 조금씩 동쪽으로 이동한다고 이해한 것이다.
중국에서 세차를 처음으로 역법에 도입한 것은, 510년 남조(南朝)의 양(梁)나라에서 시행된 조충지(祖沖之)의 『대명력(大明曆)』에서부터였다. 이 역법에서는 1년을 365와 9,589/39,491일로 정한 데 비해 주천의 도수는 365와 10,449/39,491도로 정하여, 이 둘의 도수 차를 1년 동안 동지점이 이동하는 세차값으로 삼았다. 이는 동지점이 약 46년마다 1도의 비율로 서쪽으로 이동하는 셈인데, 77년에 1도씩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진 오늘날보다는 약간 빠른 움직임을 나타낸다. 원나라 때 제정된 『수시력(授時曆)』에서는 1년의 길이를 365.2425일 곧, 365도 24분 25초로, 주천의 도수를 365.2575도 즉, 365도 25분 75초로 정하여, 이 두 수의 차인 1분 50초 곧, 0.015도를 세차값으로 삼았다. 이 값을 서양식 도로 환산하면 53.2249˝가 되는데, 오늘날의 세차값 46˝와 7˝ 정도 차이를 보인다. 『수시력』의 세차 계산법은 다음의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
세차 = 항성년 - 회귀년
= 주천도(周天度) - 세주
= 365도 25분 75초 - 365도 24분 25초
= 1분 50초
[변천]
동짓날 천구(天球)에서 태양이 위치하고 있는 지점을 동지점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동지점의 위치는 28수(宿)에 있는 별들의 수도로 표시하였다. 고대의 역법에서 동지점은 태양과 달 그리고 오성(五星)의 운동을 계산하는 기점으로 사용되었으므로, 역가(曆家)들은 동지점의 측정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그런데 동지 때 태양의 위치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역대에 관측한 동지점의 값을 살펴보면 서로 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세차운동으로 인하여 동지점이 천천히 이동하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바로 역대의 역법에서 설정한 동지점의 위치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통해 세차를 발견하였다. 각 역법에 기록된 동지점의 위치 및 항성년과 회귀년의 길이를 세차값과 함께 정리하면 표 1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