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조선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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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消長)

서지사항
항목명소장(消長)
용어구분전문주석
관련어세실(歲實), 주천(周天)
분야문화
유형개념용어
자료문의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정보화실


[정의]
주천(周天)의 도수(度數)와 세실(歲實)의 길이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현상.

[개설 및 내용]
중국에서는 일찍이 세차(歲差)의 계산과 더불어, 주천의 도수와 세실 즉 1회귀년(回歸年)의 길이 변화를 계산하는 소장법(消長法)을 역법에 채용하였다. 1회귀년의 길이가 서서히 짧아지는 물리학적인 이유는, 지구가 달과 태양의 기조력(起潮力)을 받을 때 생기는 조석마찰(潮汐摩擦)에 의해 자전 에너지가 감소함에 따라 지구가 과거보다 느린 속도로 자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루의 길이는 100년에 약 0.002초의 비율로 증가하며, 상대적으로 지구의 공전주기 즉 1년의 길이는 짧아지게 된다.

중국에서 소장법을 처음으로 도입한 역법은 남송(南宋)의 『통천력(通天曆)』인데, 원나라 때의 『수시력(授時曆)』은 『통천력』을 수용하여 1회귀년의 길이를 365.2425일로 정하고 소장법을 도입하였다. 『수시력』과 이를 이어받은 『칠정산내편(七政算內篇)』에서는, 역원(曆元)인 1281년 이전의 경우 100년을 거슬러 올라갈 때마다 주천의 도수는 1초 짧고 세실은 1분 길어지도록, 역원 이후에는 반대로 100년이 지날 때마다 주천의 도수는 1초 길고 세실은 1분 짧아지도록 계산하였다. 이는 역원으로부터 멀어질 때 생기는 계산상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계산 방법이었다.

『수시력』이 『통천력』을 따라 세실의 길이를 정하고 세실소장(歲實消長)의 방법을 도입하였으나, 두 역법의 계산법에는 차이가 있었다. 『통천력』에서 소장의 길이를 정하게 된 배경에 대하여 나카야마 시게루[中山茂]는, 요임금이 즉위한 기원전 2356년에 정한 365.25일의 옛 값과 『통천력』이 만들어진 1194년에 정한 365.2425일 간의 차이 0.0075일을 경과 연수(年數)로 나누면 약 0.000002일이 되므로 『통천력』에서 세실이 100년에 2분씩 짧아지도록 정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수시력』에서는 이와 달리 100년에 1분씩 짧아지는 것으로 계산하였다. 『수시력』의 세실소장에 따라 1회귀년의 길이를 계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회귀년 = 365.2425 - 0.000001 × [T] (T는 1281년으로부터의 경과 연수)

이에 대해 일본의 야부우치 키요시[藪內淸]는 『수시력』이 『통천력』의 영향을 받아 1회귀년의 길이를 365.2425일로 정하였으므로 세실소장의 방법도 그대로 따랐을 것임이 당연하며, 『수시력』에서 세실의 길이를 100년에 1분씩 짧아지도록 계산하였다는 『원사(元史)』의 기록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칠정산내편』의 역주자(譯註者)들은 이에 대해 사이먼 뉴컴(Simon Newcomb)의 ‘태양표’에 의한 회귀년의 길이는

1회귀년 = 365.24219879 - 0.0000000614 × [T] (T는 1900년으로부터의 경과 연수)

이므로, 『수시력』에서 정한 값이 『통천력』에서 정한 값보다 오히려 뉴컴의 값에 더 가깝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나카야마 시게루가 주장하는 요임금이 즉위한 해가 과연 기원전 2356년인가 하는 문제와 『서경(書經)』 「요전(堯典)」에 기록된 세실의 값이 365.25일이 아니라 366일이라는 문제 등이 제기되므로 『원사』의 기록이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한편 『수시력』 및 이를 따르는 『칠정산내편』과 같이 100년이 경과할 때마다 1분을 감하여 세실을 계산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지적되었다. 세실소장의 방법에 따르면, 역원인 1281년부터 100년 뒤까지는 세실을 365.2425일로 정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100년마다 1분씩 감하여 계산해야 한다. 그러나 100년으로 나누어 떨어지는 해는 문제가 없지만, 경과 연수가 100년보다 길고 200년보다는 짧은 해의 경우에는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다. 『칠정산내편』의 역주자들은 1458년(세조 4)에 편찬된 『교식추보법(交食推步法)』을 참고로, 역원인 1281년으로부터 163년이 경과한 1444년(세종 26)의 경우를 예로 들어, 경과 연수 100년까지는 세실을 365.2425일로 하고 나머지 63년은 1분을 감한 365.2424일로 계산할 것인지, 아니면 163년 모두를 365.2424일로 계산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고 하였다. 세실소장의 방법대로라면 전자의 방법이 옳지만, 정작『교식추보법』에서는 163년 모두를 365.2425일로 계산하였다.『교식추보법』의 편찬자들이 세실소장을 고려하지 않고 『수시력』에서 정한 세실의 길이를 그대로 사용한 이유는, 역원으로부터 1444년까지의 경과 연수 정도는 세실의 길이 변화로 인하여 다른 계산에 큰 오차를 일으킬 만큼의 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 유경로·이은성·현정준 역주, 『세종장헌대왕실록』 「칠정산내편」,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73.
■ 이은희, 『칠정산내편의 연구』, 한국학술정보, 2007.
■ 藪內淸 編, 『宋元時代の科學技術史』, 京都大學人文科學硏究所, 1963.
■ Nakayama Shigeru, 『A History od Janpanese Astronomy - Background and West Impact』, Harvard Univ. Press(Cambridge, Mass), 1969.
■ Zeilik, M & Smith, E. P., 『Introductory Astronomy and Astrophysics』, Saunders College Punlishing(Philadelphia), 1987.

■ [집필자] 이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