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조선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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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황(錢荒)

서지사항
항목명전황(錢荒)
용어구분전문주석
관련어주조(鑄造), 동전(銅錢), 퇴장(退藏), 동광(銅鑛), 은(銀), 화폐(貨幣)
분야경제
유형개념용어
자료문의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정보화실


[정의]
조선후기 만성적으로 나타났던 동전 유통량의 부족 현상.

[개설]
전황은 동전의 유통 부족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동전 유통이 본격화된 18세기에 주로 나타나 사회문제로 대두하였다. 전황은 보통 동전 주조에 들어가는 원료의 부족과 그로 인한 동전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데서 나타났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전을 축적의 수단으로 활용하여 퇴장(退藏)하는 행태에서 비롯되었다. 조선 정부는 동광(銅鑛)의 개발과 다른 화폐 수단의 활용 장려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하였으나, 전황의 근본적인 문제는 19세기에 이르러서야 해결의 실마리를 보았다.

[내용 및 특징]
전황은 동전 유통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18세기 전반에 일어나기 시작하여 19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사회경제 문제로 제기되었다. 전황의 원인으로는 다음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정부 당국자들이 동전 유통에 비판적이거나 부정확한 정책적 고려에서 동전의 주조와 발행을 억제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조선후기 들어 상품경제가 발달하면서 동전의 유통은 계속 증가하였으므로, 전황 현상은 불가피하였다. 둘째, 정부의 소극적인 광업 개발 정책으로 동광의 개발이 부진하였다. 더욱이 일본 구리의 수입마저 저조하여 동전 원료의 공급난은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셋째, 통화 기능을 일부 담당하던 일본 은의 수입이 줄어들고 다량의 은이 중국으로 유출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 화폐로서 동전의 기능이 확대됨으로써 부족 현상이 발생하였다. 마지막으로, 중앙 및 지방 관청이나 군영에서 동전을 다량 비축하거나 자본을 많이 소유한 상인인 부상대고 등 개인이 고리대업을 목적으로 다량의 동전을 소지하였다. 그리하여 국가가 주조, 발행한 동전의 상당량이 통화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

[변천]
18세기 초반부터 만성적으로 나타난 동전 유통량 부족 현상은 당시 화폐경제와 사회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당시 지배층은 전황으로 인한 폐단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전황을 해소하고 극복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그중 몇 가지가 실시되기도 하였다.

우선 저화나 품질이 좋지 못한 무명인 상목(常木)을 동전 대신 법화로 사용하는 화폐제도를 마련하여 만연한 전황을 극복하고자 했다. 그러나 지폐는 원료의 공급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고 상목은 품질이 나쁜 물품화폐여서 실현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둘째로 정부가 고리대업을 목적으로 하는 부상대고나 관청 등의 동전 퇴장(退藏) 행위로 조장된 전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공채와 사채의 이자율을 일정한 선에서 규제하려 했다. 그러나 고리대 관계가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정부의 정책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셋째로 화폐 원료 공급난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은을 함께 통용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내에는 은의 절대량이 부족했고 사용할 경우 위조가 발생할 우려가 많았다. 또한 중국 동전을 싼값으로 수입하여 유통시키고자 하는 안도 제시되었으나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커 반대가 적지 않았다.

넷째는 고액 동전을 주조하여 유통하자는 주장으로 동전 원료보다 많은 가치를 조성하여 전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명목가치만을 고액화하는 고액 동전은 당시의 사회현실로서는 수용되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다섯째는 부상대고와 같은 민간인에게 동전의 주조를 맡김으로서 전황을 해소하고자 하는 방안이었다. 국가가 부상대고의 동전 주조를 허락하고 그들로부터 일정 액수의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이었다.

결국 19세기 들어 부상들에게 동전 주조를 위탁함과 동시에 1820년대 들어 동광이 적극적으로 개발되어 많은 양의 동전을 주조 발행함으로써 통화량의 부족 현상은 상당히 극복되었다.

[참고문헌]
■ 정수환, 『조선후기 화폐유통과 경제생활』, 경인문화사, 2013.
■ 원유한, 「조선후기 화폐유통에 대한 일고찰」, 『한국사연구』7, 1972.
■ 이재윤, 「18세기 화폐경제의 발전과 전황」, 『학림』18, 1997.

■ [집필자] 이철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