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조선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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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紀)

서지사항
항목명기(紀)
용어구분전문주석
상위어문체(文體)
관련어본기(本紀), 세가(世家), 기전체(紀傳體)
분야문화
유형개념용어
자료문의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정보화실


[정의]
기전체 역사서에서 제왕의 일을 기록하는 문체.

[개설]
기(紀)는 제왕의 사적을 기록한 문체로, 당나라의 유지기(劉知幾)는 『사통(史通)』 「본기(本紀)」에서 "기는 『춘추』의 경(經)과 같다. 일월(日月)을 연결하여 세시(歲時)를 만들었고, 군상(君上)의 일을 기록하여 국통(國統)을 드러냈다."고 하였다. 또 당나라 때의 학자 장수절(張守節)은 『사기정의(史記正義)』 「오제본기(五帝本紀)」에서 "본(本)은 본계(本系)와 연결되기에 본이라 한 것이다. 기는 다스리는 것인데, 모든 일을 다스리면서 연월일(年月日)과 연결시켰기 때문에 기라고 한다."고 풀이하였다. 이를 통해 보면 기(紀)는 ‘통치에 대한 기록’이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 통치의 기록이 ‘제왕의 기록’이라는 의미로 전용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내용 및 특징]
기(紀)는 『사기』 「본기(本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본기는 사마천이 직접 창안한 것은 아니다. 사마천이 「대완열전(大宛列傳)」에서 『우본기(禹本紀)』를 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본기는 사마천 이전부터 있었던 문체이지만, 사마천의 『사기』를 통해 완벽하게 구현되어 이후 기전체 역사 서술의 기본이 되었다. 따라서 기(紀)의 시초를 『사기』 「본기」에서 찾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역사적인 인물의 행적을 중심으로 하는 기전체 역사 서술은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중요한 역사 기술 방법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런 까닭에 『조선왕조실록』에는 이 기(紀)와 관련된 다양한 서술이 등장한다. 『삼국사기(三國史記)』와 『고려사(高麗史)』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전체 역사서뿐 아니라, 『사기』와 『명사(明史)』 같은 중국 역사서를 논할 때도 기(紀)가 언급되었다. 예를 들어, 1477년(성종 8) 11월 18일에 성종은 이우보·김흔 등과 환관 기용의 폐단에 대해 논의하면서, 주자의 『통감강목(通鑑綱目)』 「목종본기(穆宗本紀)」에서 그 단초를 끌어왔다. 연산군은 『후한서』 「광무제본기(光武帝本紀)」를 통해 전세(田稅)를 감하는 문제를 신하들과 논하였다. 기(紀)가 제왕의 통치 기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까닭에, 다양한 정치 논의 과정에서 소개되고 활용된 것이다[『연산군일기』 2년 12월 9일].

[변천]
기(紀)는 사마천이 『사기』에서 12편의 기(紀)를 작성해 책의 첫머리에 두면서부터 정사(正史)의 한 편목으로 자리 잡았는데, 요점을 간략 명료하게 제시하는 효과가 있다. 이후 기전체 역사서들은 모두 본기를 맨 앞에 배열하였다. 본기를 줄여 기(紀)라고도 한다. 중국의 경우에도 『한서(漢書)』, 『구당서(舊唐書)』, 『원사(元史)』 등 각 시대의 역사서에 본기가 수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시대 중엽에 이규보(李奎報)가 편찬한 『동명왕편(東明王篇)』에 인용된 「동명왕본기(東明王本紀)」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밖에 기전체 정사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김부식(金富軾)의 『삼국사기』에도 고구려·신라·백제 삼국의 기록이 본기로 수록되어 있다. 그에 비해 『고려사』에서는 고려 역대 왕들의 사적을 「세가(世家)」라는 항목에 편성하였다.

본기와 관련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선조실록』 기사에서는 신숙주(申叔舟)의 『해동기략(海東紀略)』 「본기」에 대해 언급했다[『선조실록』 31년 10월 5일]. 또한 『문종실록』 기사에는, 사마천의 『사기』를 본받아 「본기」와 「세가」로 구분하여 『고려사』를 서술했다는 언급이 보인다[『문종실록』 1년 8월 25일] [『문종실록』 1년 8월 30일].

[참고문헌]
■ 사마천 저, 김원중 역, 『史記 本紀』, 민음사, 2010.
■ 사마천 지음, 정범진 외 옮김, 『史記』, 까치, 1996.
■ 양계초 지음, 이계주 옮김, 『중국고전학입문』, 형성사, 1995.
■ 陳必祥 지음, 심경호 옮김, 『한문문체론』, 이회문화사, 2001.
■ 『漢語大詞典』, 漢語大詞典出版社, 1994.

■ [집필자] 이홍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