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조선왕조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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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人情)

서지사항
항목명인정(人情)
용어구분전문주석
상위어수세(收稅), 잡비(雜費)
하위어인정미(人情米), 인정포(人情布), 인정전(人情錢)
동의어인정채(人情債), 인정비(人情費), 정채(情債), 정비(情費)
관련어합안세(闔眼稅), 작지(作紙), 작지가(作紙價), 인정국(人情國), 진상(進上), 공물(貢物), 원역(員役), 공인(貢人), 인정분급자기(人情分給磁器), 도행비(導行費), 분원(分院), 감생청(減省廳), 감생별단(減省別單), 전세(田稅), 대동(大同), 노세목(蘆稅木)
분야경제
유형개념용어
자료문의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정보화실


[정의]
조선시대에 진상·공물·조세 등을 납부할 때 해당 관원이나 관청에게 주는 수수료 겸 뇌물.

[개설]
문서 작성에 쓰는 종이 값인 작지(作紙)가 수수료 성격이 강하다면, 인정은 뇌물과 수수료를 합한 개념이었다. 중국 한(漢)나라 때는 군국(郡國)에서 공물(貢物)을 바칠 때마다 도행비(導行費)란 명목으로 중서(中署)에 먼저 뇌물을 바쳤다. 인도하는 데 드는 비용이라는 뜻이었다. 인정은 중국의 도행비와 유사한 개념이었다. 함경도 의주부에서는 규정된 포삼(包蔘) 외에 개별적인 홍삼의 거래를 눈감아 주는 세라는 뜻의 합안세(闔眼稅)를 거두기도 하였다.

[내용 및 특징]
경기감영 관할 창고인 경영고(京營庫)에서 한 달에 지급하는 인정채가 많게는 쌀 25석이나 되었다[『현종개수실록』 2년 6월 29일]. 일본 교토대학 가와이[河合] 문고 소장 고문서에 의하면, 면주전(綿紬廛)은 진배 물자의 납입과 대금의 수취, 그리고 국역의 부담 때마다 10~15%의 인정을 지불하였다. 『만기요람』 「수세」 잡비조에 의하면, 각 도의 전세미(田稅米)나 태(太)는 세미 1석당 2승(升)씩 인정미를 거두었다. 이것은 담당 관리가 받아 갔다.

『만기요람』 「면세결」 잡비식에 의하면, 작목(作木)·작포읍(作布邑)에서는 전세 1필에 인정이 2푼[分], 대동세 1동(同)에 6전, 노세목(蘆稅木) 1필에 2푼을 인정으로 납부하였다. 진상의 경우에도 “진상하는 물건을 거둘 때 인정포(布)를 먼저 거두고, 진상하는 물건을 운반해 실을 때에도 인정포를 먼저 싣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속대전』 「호전」 조전(漕轉)조에는 당해 읍의 색리(色吏)나 창고지기[庫子]가 인정미를 징색할 경우에는 장 100에 처하고 귀양을 보낸다.”라고 규정하였다.

이러한 인정 징수가 관행화하면서, “우리나라는 인정의 나라[人情國]이다.”, “진상은 한 꼬지인데, 인정은 한 바리이다[進上貫串 人情滿馱].”라는 속담이 1693년(숙종 19) 『비변사등록』에 등장할 정도였다. 이익은 『성호사설』 권11 인사문에서 「인정국(人情國)」이라는 독립된 항목을 두어, 인정의 폐해를 서술하였다.

[변천]
인정은 수수료 겸 뇌물로서 중앙에서는 단속의 대상이었으나 관청의 비공식적 세입으로 비중이 커지면서, 인정 수수가 일반화되었다. 이처럼 인정이 관원과 관청의 수입으로 관행화되면서, 앞서 『만기요람』 잡비조와 같이 인정을 징수하는 기준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조세 수취 과정에서 인정을 과다하게 요구하는 폐단은 지속되었다.

경기도 광주(廣州) 분원(分院)의 경우 연례 진상 외에 왕실이나 관청에서 별도 진상을 많이 요구하였다. 궁궐이나 관청에 인정비 명목으로 제공하는 ‘인정분급자기(人情分給磁器)’가 증가하게 되자 이것이 분원 운영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1882년(고종 19)년 감생청(減省廳)에서는 「감생별단」을 작성하여 분원에서 그릇을 진배할 때 함께 상납하는 일체의 정비(情費)를 없애도록 규정하였다.

[참고문헌]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 『비변사등록(備邊司謄錄)』
■ 『속대전(續大典)』
■ 『성호사설(星湖僿說)』
■ 『만기요람(萬機要覽)』
■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 『호남청사례(湖南廳事例)』
■ 권내현, 『조선 후기 평안도 재정 연구』, 지식산업사, 2004.
■ 이정철, 『대동법』, 역사비평사, 2010.
■ 이헌창 엮음, 『조선후기 재정과 시장』,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0.
■ 박은숙, 「개항 후 분원 운영권의 민간 이양과 운영실태」, 『한국사연구』 142, 한국사연구회, 2008.

■ [집필자] 김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