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사전을 편찬하고 인터넷으로 서비스하여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일반 독자들이 왕조실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학술 문화 환경 변화에 부응하고 인문정보의 대중화를 선도하여 문화 산업 분야에서 실록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쌍성(雙聲)

서지사항
항목명쌍성(雙聲)
용어구분전문주석
상위어연선자(連線字)
관련어첩운(疊韻)
분야문화
유형개념용어
자료문의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정보화실


[정의]
중국어에서 성모가 서로 같은 음으로 이루어진 2음절 낱말.

[개설]
중국어는 하나의 단어가 한 음절로 이루어지는 단음절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2음절 이상으로 낱말을 이루게 될 때 각 음절의 두음(頭音), 즉 성모(聲母)가 같은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 쌍성이라고 부른다. 의미보다는 소리가 강조되는 특수한 용법으로, 고대 중국어에서는 특히 시(詩)에서 많이 나타난다. 쌍성의 예인 ‘관관(關關)’은 ‘닫다’라는 의미의 글자가 겹쳐진 첩자(疊字)임에도 불구하고, 원래 의미와는 상관없이 ‘물수리의 울음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로 사용된다. 이는 표의문자(表意文字)인 한자어가 필요에 따라 표음문자(表音文字)로 바뀐 예라고도 할 수 있다. 쌍성은 오늘날에도 외래어의 음역(音譯) 표기에 쓰이고 있다.

[내용 및 특징]
중국어의 유형적 특징 가운데 하나는 단음절어, 즉 단음절형태소어(單音節形態素語)라는 점이다. 중국어에서 하나의 단어는 한 음절로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2음절 낱말들이 존재하는데, 이때 성모가 같은 경우를 쌍성, 운모(韻母)가 같은 경우를 첩운(疊韻)이라고 한다. ‘參差[tsʻəm tsʻrar]’, ‘輾轉[trjan trjuan]’ 등이 쌍성의 예가 된다.

쌍성은 특히 『시경(詩經)』을 비롯한 고대 시가에서 흔히 보이는 수사법의 일종으로, 성모에 대한 시적 감각을 바탕으로 생성된 2음절 낱말 곧 연선자(連線字)에서 나타난다. 한자는 일반적으로 한 글자가 형태[形], 소리[聲], 뜻[義]의 3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다. 그런데 쌍성 혹은 첩운을 이루는 과정에서는 소리만이 중시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실제 합쳐지는 두 글자는 의미에 상관없이 소리의 동일성만으로 구성되는 예가 많다. 가령 ‘참차(參差)’는 ‘들쑥날쑥하다’는 의미로, ‘참(參)’과 ‘차(差)’의 원래 뜻과는 전혀 무관한 의미를 나타낸다. 결과적으로 쌍성은 중국 한자의 일반성에서 벗어나 두 글자가 한 낱말을 이루는 예외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쌍성과 첩운 등은 대개 필요에 의해 조성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크게 변하는 어휘였으므로, 성운(聲韻)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연구 없이는 과거의 용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조선 세종 때 중국어를 잘하는 김하(金何)라는 신하가 ‘쌍성첩운’에 대한 세종의 질문에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답을 했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사를 살펴보면, 2음절 첩어와 관련한 이론은 당시 한학자들에게조차 쉽지 않은 주제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세종실록』 32년 1월 29일].

1448년(세종 30)에 세종의 명으로 편찬된 『동국정운(東國正韻)』도 결국 성운의 문란함을 바로잡고, 중국과 우리나라의 발음 차이를 줄일 목적으로 시도된 작업이었다[『세종실록』 29년 9월 29일]. 쌍성은 중국어에서도 유형상 예외적인 사례였고 반절(反切)의 선행 이론 역할을 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성모와 운모의 가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학습해야 할 과제였음을 알 수 있다.

[변천]
중국의 고대 시가에서 쌍성은 음률과 리듬을 더하기 위해 흔히 사용된 수사법이었다. 중국의 언어 이론상 반절이 등장하기 전에 성모와 운모를 구분하던 방법의 원형이라 볼 수 있다. 쌍성과 첩운 같은 문자 운용 방식들은 인명, 초(草)·목(木)·충(蟲)·어(魚), 조수(鳥獸) 등 각종 명칭을 표기하는 데 널리 쓰였다. 또한 쌍성 등의 첩어는 의성어, 의태어 표현에도 사용되었는데, 특히 한나라 때 글자의 훈독(訓讀)을 위해 널리 활용되면서 그 쓰임이 확장되었다. 글자의 뜻을 적기 위해 다른 글자들을 발음 위주로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전주(轉注)의 기법이 생겨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성어, 의태어, 명칭 등을 표기하기 위해 문자를 활용하는 방법은 문자학의 관점에서 보면 가차(假借)의 원리에 해당한다. 가차는 의미가 약간 달라진다 해도 따로 글자를 만들지 않고 기본 문자를 음에 맞추어 쓰는 방식이다. ‘숙신(肅愼)’, ‘관관(關關)’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성모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민족명이나 의성어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아시아[亞細亞], 코카콜라[可口可樂] 등 외래어 표기 등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다.

[참고문헌]
■ 최영애, 『중국어란 무엇인가』, 통나무, 1998.
■ 임동석, 「表音 機能 漢字에 대한 硏究」, 『中國學報』35, 1995.
■ 임동석, 「漢語 雙聲·疊韻 硏究」, 『건대학술지』40, 1996.

■ [집필자] 최병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