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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현물의 수납·운송·저장 과정에서 자연적 혹은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손실분에 대한 총칭.
[내용]
조선시대의 재정 운영은 현물 부세를 근간으로 이루어졌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미곡(米穀)이었다. 미곡은 화폐나 포(布)에 비하여 무게가 많이 나가고 부피가 크며, 낱알로 되어 있어 수납과 운송 저장이 쉽지 않았다. 또 새나 쥐 등에 의하여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었으며, 보관 기간이 오래되면 품질이 떨어지고 부패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자연발생 손실분을 모흠(耗欠)이라 칭하였다.
모흠은 국가의 안정적인 재정 운영에 위협이 될 수 있었으므로 이에 대한 여러 가지 대책이 강구되었다. 부세로 미곡을 수취할 때는 모흠분을 예상하여 본래 수취분에 모곡을 더 징수하기도 하였고, 조운 등의 방식으로 이를 수송할 때에도 담당자들이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여 모흠 발생을 최소화하였다. 미곡의 저장 시에도 창고 건설이나 곡식의 저치 방식 등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진휼미나 환곡을 운영할 때에도 모흠량을 예상하여 일정량의 모곡을 징수하도록 제도화하였다.
모곡은 많은 경우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관리들에 의한 수탈의 도구로 이용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18~19세기에는 환곡의 모곡이 국가 및 지방의 재원으로 사용되면서 모곡 징수를 둘러싼 갖은 폐단이 발생하였다.
자연발생분의 손실이 아닌 관리의 부정부패나 업무 태만에 의한 손실도 모흠이라 칭하였다. 즉, 재정관서의 관리와 이서(吏胥)들이 재고 물량을 개인적으로 유용하고 이를 채워 놓지 못하거나 회계 부정이 누적되어 회계 장부의 재고량과 실제 재고량이 맞지 않는 경우 그 차액을 모흠이라 칭하였다. 또 본래 수세 대상인 토지와 인정에 대하여 관원이 불법적으로 면세의 혜택을 주는 경우에, 거두어야 할 부세와 실제 부세 징수액의 차액이 발생하는데 이를 모흠으로 칭하기도 하였다.
한편, 모흠은 주로 미곡에 대하여 사용된 용어였지만, 드물게는 포에 대한 손실분을 모흠이라 칭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