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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종묘제례 의식의 초헌례를 행할 때 연주하는 「보태평지곡(保太平之曲)」의 열 번째 곡.
[개설]
조선 세종대에 회례연에 쓰기 위해 만든 「보태평지악」과 「정대업지악(定大業之樂)」이 세조대에 종묘제례악으로 사용되면서 일부 개작되었는데, 「대유(大猷)」도 세조대에 새롭게 개작된 곡이다. 세조대에 채택된 종묘제례악은 양란 기간에 중지되었다가 다시 연주되었으며, 음악적 변화를 겪은 후에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다.
[내용 및 특징]
「대유」는 종묘제례 의식에서 초헌례를 행할 때 연주하는 「보태평지곡」의 열 번째 곡이다. 세조 연간에는 「정명」 다음에 이어서 연주하였으며, 1625년(인조 3) 이후 「중광」 다음에 붙여서 연주하는 곡이다. 음악은 등가에서 연주하며 일무는 제9변(變)으로, 문무(文舞) 중 「대유」의 춤을 춘다. 세종대에 지어진 「보태평」의 제9변은 「대동(大同)」이었으나, 세조대에 종묘제례악에서 「보태평」을 연주하면서 「대동」을 축소하여 「대유」라 하였다.
「대유」와 원곡인 「대동」은 조종(祖宗)이 대대로 문덕(文德)을 지녀, 예악(禮樂)이 갖추어지고, 태평성대를 이루었다는 내용이다. 『대악후보』의 대유장을 보면, 제9변 1편이며, “조종에게 대대로 문덕이 있어 제작이 밝게 갖추어서, 태평이 융성하게 열리리라[祖宗世有文德 制作明備 蔚開太平].”라고 적고 있는데 『세종실록』의 대동장 설명과 동일하다.
「대동」의 악장은 전체 5언 12구로 이루어진 한시이며, 세조 연간부터 제9변에 해당하는 「대유」는 5언 12구에서 5언 4구로 축소된 것이다. 그러나 악장은 축소되었다 하더라도 그 전체적인 내용에는 변함이 없다. 「대유」라는 이름은 마지막 구인 제4구의 ‘대유하황황(大猷何煌煌)’에서 앞의 두 글자를 취하여 이름한 것이다. 「대동」과 「대유」의 악장은 다음과 같다.
「대동」
於皇我祖宗 受命旣溥將 繼繼敷文德 載用綏四方
側席求賢俊 崇文重儒術 尊麗式陳敎 治化宣以洽
禮樂極制作 炳蔚開隆昌 燕翼貽萬世 猗歟有烈光
「대유」
列聖宣重光 敷文綏四方 制作旣明備 大猷何煌煌
「대유」의 음악적 특징을 살펴보면, 세종대의 제9변 「대동」은 제3대강에서 음악이 시작하는 곡이다. 그 음계는 임종(林鐘)· 남려(南呂)· 황종(黃鐘)· 태주(太簇)· 고선(姑洗)의 5음음계를 사용하며, 선법은 임종이 중심음인 임종궁 평조의 음악이다. 악장 한 구가 32정간 2행에 올려져 있기 때문에 두 행마다 박이 보이며, 전제 32정간 24행의 길이를 갖는다. 리듬형은 32정간 4행에 걸쳐있는 「승강」의 것과 동일한 패턴인 ‘요편고쌍요편쌍고고고(拍) 요편쌍고쌍요편고고고(拍)’를 연주하며, 이것을 6회 반복한다. 또한 고형에서 보듯이 한 구의 끝에는 고(鼓)가 연이어 세 번 나타나며, 이에 맞추어 나오는 음은 같은 음을 여섯 번 반복한다. 이 곡의 종지 선율은 악장 제12구의 마지막 글자인 ‘광(光)’에 ‘남려-남려-임종-임종-임종-임종-임종-임종’이며, 최저음인 임종음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종지감을 주고 있다.
세조대의 「대유」는 「대동」의 24행 선율 중에서 1행, 2행, 7행, 8행, 5행, 6행, 23행, 24행의 선율을 선택하고 그것을 이어 붙여서 만든 곡이다. 따라서 세종 당시의 32정간 8행에 해당하는 선율은 세조대에 16정간 16행에 올려졌다. 그 음계와 선법을 보면, 황종·태주·중려(仲呂)·임종·남려의 5음음계이며, 중심음이 황종인 황종궁 평조 선법의 음악으로 「대동」과는 이조(移調) 관계에 있다.
세조 연간에 「대동」에서 「대유」로 음악이 축소되면서 16정간 16행에 「대동」의 고형을 올려 네 번 반복하여 연주하는 것을 제외하면, 박의 위치나, 고(鼓)의 3연타, 구의 마지막에 같은 음을 6회 반복하는 것 등은 같다.
「대유」 역시 악장의 마지막 글자인 ‘황(煌)’에 해당하는 종지 선율은 「대동」의 음을 5율 위로 올린 음인 ‘태주-태주-황종-황종-황종-황종-황종-황종’으로 하오(下五)의 황종음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종지하였다. 현행의 경우 ‘황(煌)’에 해당하는 종지 선율은 ‘태주-태주-황종·황종-황종·황종-황종·황종’으로 약간 변화된 모습을 보이긴 하나, 황종음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종지하는 형태는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대동→대유와 같이 악장의 한 구가 5언으로 되어 있는 곡에는 희문, 승강→현미, 그리고 「정대업지악」의 소무(昭武)가 있다. 이 곡들은 모두 제3대강에서 음악이 시작하며, 악장의 한 구가 5언으로 이루어지고, 박은 매 구에 한 번씩 나타난다. 리듬형에서 고(鼓)의 3연타가 있으며, 구의 마지막에 같은 음을 6회 반복하는 점 등은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의의와 평가]
「대유」는 비록 세조대에 만들어져 연주된 곡이나, 그 기원은 세종대의 곡이다. 따라서 세종대에 만들어진 곡을 청황종으로 이조시켜 만든 곡이므로, 「대유」를 통해 세종대의 음악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